통영에코파워 회사채가 전량 미매각됐다. 2대주주인 한화에너지가 지급보증을 서며 연 7%에 달하는 금리를 내걸었지만 얼어붙은 채권시장의 투심을 녹이진 못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통영에코파워는 51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이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인수 주문을 한 건도 받지 못했다. 팔리지 않은 회사채는 주관사인 한투와 NH, SK, KB, 유진, 유안타증권이 나눠 인수하게 된다.
정부가 최대 20조 원 규모 채안펀드를 재가동하며 채권시장 안정화에 나섰지만 통영에코파워는 신용도가 'A+'로 낮은 탓에 지원 대상에 들지 못했다. 채안펀드는 투자 가이드라인에 따라 △3년 만기 이내 △회사채 AA-등급 이상 △여전채 A+ 이상 물건들만 매입하게 되어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역행하는 화학발전소의 채권인 만큼 신용보증기금의 자산담보부증권(P-CBO) 지원도 받을 수 없다.
통영에코파워는 지난 7월에도 1980억 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만기가 돌아오는 1조 원 규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상환자금 일부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1200억 원 어치는 최대주주인 HDC(A)가, 나머지 780억 원 어치는 한화에너지(A+)가 지급보증을 섰지만 신용도가 한 단계 높은 한화에너지 보증물에만 10억 원 어치 인수 주문을 받는데 그쳤다. 발행금리는 HDC 보증물 6.1%, 한화에너지 보증물 5.205%로 결정됐다.
투자자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한화에너지가 보증을 서고 발행 금리도 최대 6.958%로 1%포인트 가까이 높여 제시했지만 시장의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이지는 못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회사채 스프레드가 확대된 가장 큰 원인이 긴축 통화정책에 따른 유동성 부족인 만큼 채안펀드같은 정부의 시장 안정화 방안의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라며 "교보증권과 SK증권 등이 대기하고 있지만 사실상 올해 회사채 시장은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살얼음판을 걷던 회사채 시장은 매달 조 단위로 쏟아지는 한국전력 채권과 단기자금시장에서 불거진 레고랜드 발(發) 신용 위험으로 마비된 상황이다. 지난 21일 LG유플러스는 1500억 원 모집에 1000억 원 어치의 유효 주문만 받아 500억 원 미매각이 났다. 우량한 신용도(AA)와 탄탄한 실적을 갖춘 통신사인 LG유플러스가 회사채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솔루션(AA-)도 1500억 원 어치 발행을 계획했으나 130억 원 인수 주문을 받는데 그쳤다. 그나마 연 6% 금리를 내세운 2년물에만 130억 원 수요가 있었고 최대 6.168% 금리를 제시한 3년물에는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시장에서 회사채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 신용 스프레드(국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는 137.5bp(1bp=0.01%포인트)로 연간 최대치를 계속 경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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