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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산→생명→전자' 순환구조 정리…M&A·투자 결정할 '머리 조직'도 절실

<1> 지배구조·컨트롤타워 어떻게 푸나

'뉴삼성' 경영안정·효율 당면과제

순환구조 개편해 지배력 높일 듯

일각선 물산 지주사 전환 전망도

글로벌 경영환경 급변에 위기의식

컨트롤타워로 '그룹 중심' 잡아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취임과 함께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지배구조 개편’과 ‘컨트롤타워 부활’이다. 그룹 전체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안정과 효율을 이룰 핵심 키워드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국정 농단 사건 이후 미뤄져왔는데 이 회장이 안정적인 지배력을 갖춰 경영에 임할 수 있도록 서두를 필요가 있다. 여기에 삼성 계열사 간 유기적인 사업 역량 분배와 회장 중심의 책임경영을 하기 위해 그룹 전체를 관장하는 ‘머리’ 조직을 부활시키는 것도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공판에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이날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지배구조 고리 개편 어떻게=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이지만 쉽지 않은 사안이다. 4세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한 이 회장으로서는 향후 ‘오너 가문’으로 남기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삼성은 고질적인 순환 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부터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나섰다. 당시 80여 개에 달하던 순환 출자 고리는 2018년 대부분 풀어냈다. 하지만 삼성물산(028260)삼성생명(032830)→삼성전자로 이뤄진 마지막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이 회장이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돼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작업이 잠정 중단됐다.

현재는 이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63%를 보유하고 이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핵심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1%)이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이 1.63%에 불과하지만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우회적으로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야당은 현재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해 보험사의 비금융 계열사 지분 보유 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총자산의 3%에 해당하는 지분 외에 나머지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지금 같은 방식의 우회적 지배구조는 대외 환경의 변화로 지배력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 3개사는 2020년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용역을 줬다. 최종 보고서는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인적 분할을 통해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삼성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면 삼성전자 등을 포함한 사업지주와 삼성생명 등으로 이뤄진 금융지주로 분할하는 방안이 효율적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책임경영 이룰 컨트롤타워 구축=그룹 전체가 한 몸이 돼 효율성을 높이고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사업 관련 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과제도 시급하다. 삼성은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 비서실을 시작으로 구조조정본부(1998년), 전략기획실(2006년), 미래전략실(2010년) 등 그룹 총괄 조직을 운영했다. 마지막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은 국정 농단 사건으로 이 회장이 구속 수감되면서 2017년 폐지됐으며 이후 사업 부문별로 3개의 태스크포스(사업지원·금융경쟁력제고·EPC) 체제로 바뀌었다.

하지만 현 체제는 그룹 전체의 중장기 전략 수립·추진에 어울리지 않고 효율성도 낮아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을 제외한 국내 주요 그룹들이 글로벌 환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명분이 되고 있다. 이 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후 계열사 사장단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는데 이 역시 컨트롤타워 부활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가장 큰 걸림돌은 미래전략실 해체 시기부터 굳어져온 부정적 인식이다. 계열사별 이사회가 아닌 컨트롤타워가 주요 경영 판단을 내리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고 특정 계열사들이 그룹 전체의 이익을 위해 손해를 강요당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의사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으면 불법적인 요소가 끼어들기 쉽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하지만 글로벌 경영 위기 속에서 오너 경영의 최대 장점인 순발력과 빠르고 과감한 투자 결정 등이 발휘되려면 어떤 형태로든 컨트롤타워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삼성은 2016년 미국 전장 업체 하만 이후 대형 M&A가 사실상 멈췄는데 이는 대표적인 컨트롤타워 부재의 역효과라는 지적이다. 2020년 출범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 등을 통해 실질적인 견제 역할을 맡기고 컨트롤타워의 과도한 권한을 억제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 회장이 책임경영을 하면서 계열사 업무 조정을 효율적으로 이루려면 두뇌 역할을 할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법을 지키도록 견제하는 조직을 별도로 두면서 삼성의 새로운 역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갖추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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