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최근 ‘2022년도 핵태세보고서(2022 NPR)’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 사용시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압박강도를 한층 높였다. 근래에 선제핵공격의 핵교리(핵독트린)로 법제화하는 등 핵 협박을 노골화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판하지 않도록 쐐기를 박은 차원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정부가 이날 NPR과 함께 공개한 부속 자료들 중에는 당장 대한민국에 절실한 현안이 담긴 내용도 있었다. 바로 미 국방부가 발간한 ‘2022년도 미국 확장억제 개황보고서(2022 U.S. Extended Deterrence Fact Sheet)’다. 미 국방부는 해당 개황보고서에서 유사시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전략자산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개황보고서는 특히 2400km 떨어진 표적에 수소폭탄 공격을 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공중발사 장거리 순항미사일 ‘AGM-86’ 등을 확장억제 수단으로 못 박았다. 이는 미국이 유사시 괌 기지에서 B-52H 전략폭격기를 출격시켜 필리핀해 일대에서 AGM-86을 공중 발사해 평양 주석궁 등을 타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작전이 실행된다면 레이더망의 사각지대인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의 특성상 북한 김정은 정권은 AGM-86에 날아오는지도 모른 채 부지불식간에 핵타격을 입고 증발할 수 있다.
이번 군사이야기는 미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확장억제 실행 수단을 공개문서에 명시해 공개한 배경을 분석하고,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본다.
◆이례적인 ‘확장억제 개황보고서’ 발표
기존 미국 정부에선 국방부가 NPR 발표시 별도로 확장억제 개황보고서를 낸 사례는 없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경우 지난 2018년 2월 NPR발표 당시 ‘핵억제 개황보고서(Fact Sheet: Nuclear Deterrence)’를 발간했으나 구체적인 핵억제작전 이행 무기나 장비는 명시하지 않았다. 다양한 적성국들과의 안보상황을 고려해 효율적이고 유연하면서 현대적인 ‘맞춤형 억제’를 지향하겠다는 수준의 원칙론을 담는 수준이었다.
반면 바이든 정부가 이번 공개한 ‘확장억제 개황보고서’는 유사시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어떤 핵무기 등을 어떻게 전개하고 배치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는 최근 동북아와 유럽의 주요 동맹국들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불안감을 표명하고 있는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고, 북한도 최근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면서 동북아와 유럽의 미국 동맹들이 미국의 확장억제공약이 지켜질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에선 북한의 핵고도화로 미국의 확장억제공약 실효성이 저하됐으니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하거나, 한국 독자핵무장도 각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등에서 공론화됐을 정도다.
바이든 정부는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이번 개황보고서에서 “미국은 동맹국 및 파트너들이 위기나 분쟁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전략적 위협을 억제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핵 확장억제는 동맹국 및 파트너들에게 핵무기를 스스로 보유하지 않더라도 전략적 위협에 맞서고 안보를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줌으로써 미국의 비확산 목표에도 기여한다”고 밝혔다.
◆유사시 대북 핵타격 수단은
확장억제 개황보고서는 지역분쟁에 맞춤형으로 전개할 수 있는 확장억제 수단들을 소개했다. 특히 AGM-86 순항미사일 및 장거리원격무기(LRSO, Long Range Stand Off Weapon)를 명시했다. AGM-86은 최소5kt에서 최대 150kt급의 폭발력을 내는 ‘W80’핵탄두를 내장할 수 있다. LRSO는 미국이 AGM-86의 후속으로 2027년까지 도입하려는 신형 장거리 핵순항미사일인데 최대사거리 등 성능면에서 AGM-86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B-52H폭격기는 이들 2종류의 핵순항미사일을 모두 장착할 수 있다. 그중 AGM-86의 경우 20발까지 동시에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지난 9월 미국의 확장억제공약 실행력 강화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방미했을 당시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들러 미국 당국자들과 함께 둘러본 폭격기가 B-52H였다. 신 차관은 당시 B-52H의 날개에 있는 ‘핵탄두 탑재용 거치대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보고서는 B61-12 전술핵폭탄을 탑재한 F-35A전투기 및 F-15E DCA전투기, 저위력핵탄두를 탑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W76-2도 맞춤형 확장억제 수단으로 적시했다. 개황보고서는 AGM-86을 비롯한 확장억제수단에 대해 “적성국이 어떤 위력의 핵사용에 대해서도 결과를 오판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다양한 위력과 폭발방식의 핵탄두를 개발해 대남, 대미 핵공격역량을 키우려는 것을 겨냥한 경고장으로 풀이된다.
◆인태지역에 나토식 핵공유 추진할까
바이든 정부는 전략폭격기들과 DCA전투기, 핵무기를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진배치(forward deploy)할 것이라고 이번 개황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또한 한층 더 고위급의 정례적 회의 등을 통해 인태지역에서 확장억제 회의들을 강화하기 위한 실용적 조치들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집단적 억제 및 방위태세를 향상하기 위해 다자간 정보공유 및 대화의 장을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현재 한미, 미일의 양자간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는 확장억제 안보공약을 인태지역의 역내 다자간 안보협력체재로 재편하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는 지난 27일 발표한 국가방위전략(NDS)보고서에서 “집단 지역 안보를 강화”를 언급하면서 “한국, 일본, 호주 등과 구축한 확장억제협의체와 기타 기구를 통해 협의를 강화할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한국, 미국, 일본간 3자, 혹은 호주까지 포함하는 4자간 정보공유 및 협의도 중요하다”고 명시했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한국, 미국, 호주, 일본을 묶는 안보협의 채널 구축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협력이 실현돼 발전된다면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간 전술핵무기 공유와 같은 체계가 한미일, 혹은 한미일-호주 간에 추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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