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관점을 중시하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지수가 고점 대비 많이 하락했고 원화 약세로 가격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외국인 국적별로는 아일랜드가 코스피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 총 4675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달 초 코스피지수가 올해 최저 수준인 2209선까지 추락하자 저점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쿠웨이트가 3661억 원, 프랑스(3567억 원), 캐나다(2966억 원) 순이었다. 쿠웨이트는 운용자산 7690억 달러(1096조 원)를 자랑하는 세계 4위권 국부펀드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을 포함한 노르웨이 투자가들도 1352억 원을 매수했고, 일본(1235억 원), 영국(584억 원) 등도 순매수 규모가 컸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대형 연기금의 활동이 많은 나라로 장기 투자 자금이 국내 증시에 대거 유입된 것으로 관측된다. 노르웨이는 지난달에도 한국 주식을 6063억 원가량 매수한 바 있다. 그 뒤를 일본(2228억 원)과 영국(1993억 원)이 이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노르웨이는 5월부터 국내 주식 순매수를 이어오고 있다”며 “원화 약세와 주식시장 하락으로 장기 투자 성격이 강한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 매수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며 달러 환산 코스피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월 말 기준 달러 환산 코스피지수는 1949.82선까지 내려온 상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환산 코스피지수가 이렇게 단기간에 급락한 것은 다소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신용 리스크가 커지지 않는다면 외국인 순매수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외에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신흥국 주식펀드 안에서 한국 비중이 최저치에 근접한 영향도 있다. 현재 한국은 3분기 이후 신흥국 펀드 내에서 비중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9월 말 기준 한국 비중은 8.0%로 2018년 이후 최저치인 7.7%에 근접했다. 김 연구원은 “장기 투자 성향의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수하는 상황에서 환율 등 외부 상황을 고려했을 때 향후 신흥국 펀드에서 가격 메리트가 생긴 국내 주식을 매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9216억 원을 팔아치웠던 외국인 투자가 역시 이달 순매수로 전환하며 총 2조 9665억 원을 매수한 바 있다. 이 또한 저평가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