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사업자들의 자율규제 시행과 함께 금융위원회와 국회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기존 계획보다 투자자 보호 부분을 강화해 ‘디지털자산안심거래환경조성법(가칭)’을 기반으로 시장의 질서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암호화폐 시장을 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마련된 이 법안에는 기존에 발의됐던 관련 법안 14건에 이용자 보호 및 불공정거래 금지 규정을 추가했다. 윤 의원은 “이번 법안은 이용자 자산 보호, 불공정거래 금지, 자율감시 책임 등 불공정거래 규제 등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사업자가 파산할 경우 이용자의 예치금을 보호하고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 거래 행위 등을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 금융위 산하에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디지털자산위는 가상자산사업자가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을 경우 압수 수색 등의 권한도 갖는다.
업계에서는 제도화를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규제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당정은 디지털자산기본법에 △투자자 보호 △사업 지원 △산업 진흥을 세 축으로 둘 계획이었으나 5월 ‘루나·테라 사태’ 등을 계기로 투자자 보호에 무게가 실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국경성을 지닌 시장인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투자자보호책과 산업진흥책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고 짚었다.
당정은 ‘단계적 입법’으로 산업진흥 측면을 보완할 방침이다. 윤 의원은 “디지털자산의 발행·상장·공시와 진입 및 영업 행위 등에 대한 추가적인 제도적 규율 방안은 내년 중 디지털자산 관련 국제기구의 논의 방향을 반영해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입법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당정과 지자체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록체인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부산시와 금융 당국이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부산시는 최근 바이낸스·FTX·후오비글로벌 등 해외 초대형 거래소와 잇따라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이 같은 부산시의 행보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해외 대형 거래소가 들어올 경우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 자금세탁,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위는 부산시의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지원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부산시가 바이낸스 등과 계약을 맺는 데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부산시의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블록체인규제자유특구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부산시가 현재 보여주고 있는 해외 거래소와의 MOU는 모두 정치적 퍼포먼스용”이라고 맹비난하며 “결국 실효성은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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