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단기 예금금리가 장기 금리를 제친 채 상승하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가 3년 만기 상품보다 두 배나 더 높아지는 기현상도 발생했다. 저축은행들은 향후 금리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 예금 상품에 고금리를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체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5.42%였다. 2년 만기, 3년 만기보다 각각 0.37%포인트, 0.46%포인트나 더 높은 금리다. ‘금융사에 돈을 오래 넣어 두면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라는 통상적인 개념은 옛말이 된 셈이다.
단기 상품 금리가 장기 금리를 추월한 건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부터다. 올해 1월부터 8월 중순까지는 한 번도 저축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2년 만기 상품보다 높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8월 25일 기준금리가 2.5%로 오른 날부터 1년 만기와 2년 만기 금리는 같아졌다. 두 상품 간 금리 차는 현재 올 들어 가장 큰 폭(0.37%포인트)으로 벌어진 상태다. 2년 만기를 제친 단기 예금금리는 3년짜리 상품보다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기준금리가 기존보다 0.5%포인트나 오른 ‘빅스텝’ 이후 1년 만기와 3년 만기 예금 간 평균 금리 차이는 올 들어 처음으로 0.1%포인트대로 올라섰다. ‘연 6.5% 고금리 정기예금’ 특판 경쟁이 본격화된 지난달 중순부터는 이 간격이 더 커져 지난달 24일 0.51%포인트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개별 저축은행으로 보면 단기 예금금리가 장기 예금보다 높아진 모습이 더 뚜렷하게 관찰된다. JT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5%다. 반면 2년·3년 만기 금리는 각각 2.5%로 1년짜리보다 2배나 더 낮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1년 이상 돈을 예치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셈이다. JT저축은행뿐 아니라 머스트삼일·바로·조흥·대신저축은행 등 중소형 저축은행들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 역시 3년짜리보다 최소 2%포인트 이상씩 더 높았다. 1년·3년짜리 금리가 각각 존재하는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 총 159개 중 3년짜리가 더 높은 상품은 19개에 불과했다. 3년 만기 상품 금리가 더 높다고 해도 그 차이는 고작 0.05~0.2%포인트 수준에 그쳤다.
저축은행 업권에서는 이 같은 장·단기 예금금리 역전이 고금리 기조 속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금융사들이 앞다퉈 수신금리 인상 경쟁에 나선 와중에 장기 상품에도 고금리를 주면 향후 역마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지, 떨어질지 조금 불확실한 상황에서 3년짜리에 연 6% 금리를 준다고 하면 마진이 남지 않게 될 수 있다”며 “그러다 보니 저축은행들은 수신 금고를 대부분 1년짜리 상품으로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 수신금리에 대한 불안정성이 있기 때문에 장기 상품을 고금리로 운영하는 데 부담이 있다”며 “일부 회사의 경우에는 단기 자금은 1년짜리 예금으로 조달하고, 장기 자금은 장기 상품 금리 인상 대신 개인형 퇴직연금(IRP),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등으로 조달하기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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