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국이 경제안보를 내세워 자국 산업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 절반이 이에 따른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금융권 제외, 총 150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기업 경제안보 인식 및 영향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50.0%가 최근 글로벌 경제안보 강화 움직임이 매출액, 영업이익 등 회사의 경영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매우 부정적 2.7%, 다소 부정적 47.3%)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고 3일 밝혔다. 글로벌 경제안보 강화에는 첨단산업·기술 보호, 수출입·투자 규제, 핵심 자원·소재 공급망 관리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실적에 영향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44.0%에 그쳤다. 경제안보 강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대답한 기업은 고작 6.0%(매우 긍정적 0.7%, 다소 긍정적 5.3%)뿐이었다.
조사 대상 기업의 49.4%는 경제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 수준이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매우 낮음 4.7% 다소 낮음 44.7%)이라고 평가했다. 비슷한 수준이라고 판단하는 기업은 43.9%,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응답은 6.7%로 집계됐다. 세계 각국의 경제안보 움직임에 대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대처에 대해서도 52.7%가 부족하다(매우 부족 4.0% 다소 부족 48.7%)고 밝혔다.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기업은 이보다 적은 44.6%였다.
기업들은 전 세계적 경제안보 움직임이 강화될 경우 외환·자본 시장 등 금융환경 불안정성 확대(40.7%)를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뒤를 수출규제 등 공급망 악화(21.0%), 보호무역주의 확산(11.9%)에 대한 우려가 이었다.
전경련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미·중 갈등, 글로벌 공급망 악화 등 경제안보 문제가 지목되고 있다”며 “국가별 첨단산업 보호, 수출입·투자 규제 강화 등 움직임이 강화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경제안보 시대를 잘 헤쳐나가기 위해 우리나라가 긴밀히 협력해야 할 1순위 국가에 대해서는 86.6%가 미국을 꼽았다. 중국을 1순위로 선택한 기업은 10.7%에 머물렀다. 협력 2순위 국가로 중국을 지목한 기업은 57.4%였다. 한미 협력을 가장 우선시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인식이었다.
경제안보 측면에서 1순위로 경계해야 할 나라로는 71.3%가 중국을 가리켰다. 중국을 2순위로 꼽은 비율도 32.8%에 달했다.
기업의 34.0%는 경제안보 국면이 4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26.7%는 2~3년 정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1년 이내 단기간에 종료될 것이라 응답한 기업은 1.3%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우리나라 경제안보 달성을 위해서는 환율·유가 등 금융시장·원자재 가격 안정화(32.0%)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짚었다. 다음으로는 소재·부품·장비 등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지원(18.0%), 교역 국가와 우호·협력적 관계 강화(14.8%)가 뒤를 이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각국의 산업 보호 정책으로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적응 비용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안보 시대에도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외환·자본시장 등 금융 환경 안정과 지속적인 공급망 확보 지원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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