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0조 원+ α(알파) 정책을 내놓는 등 채권시장 안정화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기업들의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기업어음(CP) 금리는 연중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미국이 4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는 등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며 미 국채 등 안전자산의 금리가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3개월짜리 CP 금리는 이날 연 4.81%로 거래를 마쳐 2009년 1월(4.84%)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CP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단기 채권으로 CP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다. 정부가 지난달 23일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으며 자금시장 불안 해소에 나섰지만 대책 발표 직전 연 4.25%였던 CP 금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올라 약 2주 만에 56bp(1bp=0.01%포인트) 껑충 뛰었다.
CP 금리와 은행의 자금 조달 창구인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격차(스프레드)도 확대되고 있다. CD 금리는 이날까지 3거래일째 연 3.97%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CP 금리는 계속 뛰면서 스프레드가 0.8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2020년 5월 27일(0.85%포인트)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CD와 CP의 금리 차가 확대됐다는 것은 은행의 신용도와 비교해 기업의 신용도가 점차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회사채 투자 위험을 보여주는 지표인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AA- 3년물 간의 금리 차)는 대책 발표 이전 1.24%포인트였지만 이날 1.458%포인트로 더 크게 벌어졌다.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으로 비교적 안전한 국고채 금리는 빠르게 안정화됐지만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는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책 발표 이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4.495%에서 4.158%로 34bp 내려앉았지만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 금리는 12bp 하락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긴축 기조가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 회복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고채는 물론 한전채 등 우량 채권의 금리가 4~5%에 육박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상대적으로 위험한 회사채를 굳이 매입하려고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부 정책으로 국고채 금리의 오버슈팅(일시적 급등) 국면은 해소되겠지만 회사채 시장에까지 온기가 닿기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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