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의료용 가상현실(VR) 기기 ‘릴루미노 글래스2’를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릴루미노는 삼성전자 사내벤처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개발한 기술로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인증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연초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언급한 ‘메타버스 기기’ 출시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따른다.
3일 국립전파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릴루미노 글래스2(모델명 REL-G02)의 적합성평가(전파인증)를 받았다. 릴루미노는 2016년부터 삼성전자 사내벤처 C랩 인사이드에서 개발해온 기술이다. 고도근시, 굴절장애, 빛 번짐 등에 시달리는 시각장애인들의 시야를 보조해 준다. 릴루미노는 2018년 CES를 통해 첫 선을 보였고, 2020년에는 이재용 회장이 수원사업장에서 체험해보기도 하는 등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기술이다. 당시 이 회장은 릴루미노에 큰 관심을 보이며 개선사항을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릴루미노는 소프트웨어(SW) 릴루미노와 VR기기 릴루미노 글래스로 나뉜다. 릴루미노 글래스 첫 제품은 2020년 9월 전파인증을 획득했지만 공식 출시되진 않았다. 그러나 SW 릴루미노가 지난해 5월 식약처 안과학 진료용 소프트웨어로 품목허가를 받으며 출시 가능성이 높아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릴루미노 글래스2 제작 소식이 알려지며 실제 제품 출시가 가까워 졌다는 기대감이 높아진다.
릴루미노 글래스2가 한 부회장이 언급한 ‘삼성표 메타버스 기기’가 아니겠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부회장은 지난 2월 말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2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기기가 요즘 화두”라며 “삼성전자도 잘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2018년 ‘오딧세이 플러스’ 이후 VR기기를 내놓지 않았던 삼성전자가 VR·AR 기기 제작을 공식 언급한 것이다. 한 부회장은 이어 3월 주주총회에서도 메타버스와 로봇을 신성장 사업으로 꼽았다. 이어 5월에는 실무진과 간담회에서 “삼성만의 메타버스를 만들려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도 개발 단계인 기술로 인체에 대한 보다 면밀한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전파인증을 받았다”며 “현재로서는 출시 시기 등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실제 판매보다는 사회공헌을 위해 개발한 제품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 경험 극대화를 추구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VR·AR 기기는 필수적인 제품군”이라며 “릴루미노 글래스2가 아니더라도 관련 제품을 멀지 않은 시간 내에 만나볼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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