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등이 여전히 고공 행진하면서 원자력발전을 통해 에너지난에 대비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달 3일 찾은 경북 울진군 신한울 1·2호기 현장은 상업 운전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공정률 99.13%. 2012년 7월 첫 콘크리트 타설 이후 10년 만에 운영 허가를 코앞에 뒀다. 모성환 한국수력원자력 신한울 제1발전소 안전차장은 “이달 30일 신한울 1호기 상업 운전이 목표”라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한울 1호기 시운전 검사를 완료하면 한수원은 상업 운전 절차에 착수한다. 신한울 1호기의 투입으로 LNG 발전소 3~4호기 분량을 대체할 수 있다.
두 원전은 완공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신한울 1·2호기는 각각 2017년 4월과 2018년 4월 상업 운전할 예정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경주 지진에 따른 부지 안전성 평가와 기자재 품질 강화 등을 이유로 공사가 지연되다 2020년 4월에야 완공됐다. 이후에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허가가 미뤄져 지난해 7월에야 시운전에 돌입했다. 박범수 한수원 한울원자력본부장은 “신한울 1·2호기 원자로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노형”이라며 “탈원전 정책으로 힘들었지만 막상 상업 운전을 앞두니 바쁘면서도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신한울 1호기는 국산화된 주제어실(MCR)과 원자로냉각재펌프(RCP)가 탑재된 첫 원전이다. MCR은 원전을 운전·제어할 수 있는 원전의 두뇌와 같은 곳이다. 컴퓨터 제어로 원전을 통제하는데 3중·4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5인 6개조로 24시간 인원이 상주하는 데다 비상식량까지 있어 혹시나 원전 일부가 손상되더라도 복구 때까지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다. 신한울 1·2호기 안전 관련 프로젝트 매니저(PM)인 유영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책임연구원은 “안전에 안전을 더했다”며 “상상 가능한 모든 최악의 시나리오를 검토했다”고 강조했다.
신한울 1·2호기에는 수소제거기(PAR)도 30기씩 설치됐다. 네모난 강철 통 형태의 PAR은 10기씩 설치된 수소점화기와 함께 원자로 내 사고 발생 시 수소의 농도를 낮춰주는 기기다. 핵연료의 피복은 지르코늄이라는 금속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금속은 녹는점이 1800도 이상으로 높아 고온에서도 기계적 강도를 유지하지만 반대급부로 1200도 이상에서 물을 쪼개 수소를 만들어낸다. PAR은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반응시켜 물로 만드는 촉매다. 수소가 백금을 만나면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물을 생성하는데 이를 활용해 수소의 농도를 낮춘다.
쉽게 설명하면 백금으로 된 판인데 여기에 수소가 닿으면 물이 생긴다는 것이다. 야당과 환경단체 등에서는 최종 운전을 앞두고도 PAR 성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소 농도 8%를 가정한 실험에서 불꽃이 튀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김민철 KINS 안전평가단장은 “PAR의 목적은 대형 폭발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수소의 농도를 미리미리 낮추는 것”이라며 “원자로 건물은 화재를 대비해 불이 붙지 않는 피복과 페인트로 감싸져 있으며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살수 장치도 자동으로 가동한다”고 설명했다.
원자로의 기자재 출입문은 방수·방진·방화를 겸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H사가 5~6년에 걸쳐 개발했다. 김 단장은 “방수·방진·방화를 겸하는 문 개발이 쉽지 않았다”며 “개발한 회사는 이후 해외 각국에서 수주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12월 초 신한울 1호기의 준공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원안위는 이달 4일부터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를 개최해 신한울 2호기의 운영 허가 심사를 시작했다. 전문위의 기술 검토가 끝나면 원안의 심의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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