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030200) 계열 전자책 구독 플랫폼 업체 밀리의서재와 2차전지용 탄소 나노튜브 제조 업체인 제이오가 8일 잇따라 상장을 철회했다. 증시 하락과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로 올 들어서만 상장을 철회한 기업은 11곳에 이르게 됐다.
밀리의서재는 이날 “현재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상장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밀리의서재는 KT그룹의 주요 IPO로 이목을 모은 전자책 구독 서비스 업체다. 그러나 지난 4~7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100 대 1에도 못 미치는 경쟁률을 보이며 기관의 외면을 받았다. 대다수 기관들은 희망가 하단(2만 1500원)에 못 미치는 2만 원 이하로 공모가를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밀리의서재는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밀리의서재와 동시에 4~7일 수요예측을 실시했던 제이오도 기관들의 저조한 관심에 IPO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제이오는 5000억 원 안팎의 희망 시가총액을 제시해 2조 원대 대어로 꼽혔던 더블유씨피(393890)에 이어 최근 몸값이 가장 큰 공모주로 꼽혔다.
이에 따라 올해 상장에 나섰다가 공모 일정을 철회한 곳은 밀리의서재와 제이오를 비롯해 라이온하트스튜디오·골프존커머스·원스토어·SK쉴더스·태림페이퍼 등 11곳에 달하게 됐다. 다만 이 중 보로노이(310210)와 대명에너지(389260)는 상장을 재추진해 성공했고 자람테크놀로지도 이날 IPO 일정을 다시 확정해 공개했다.
잉크젯 프린팅 업체인 엔젯도 이날 수요예측에서 42.2 대 1의 부진한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하며 공모가를 희망가 하단보다 17% 낮은 1만 원에 결정했다.
제이오·밀리의서재·엔젯은 ‘성장주’로 분류돼 최근 금리 급등의 쇼크를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성장주는 금리 상승 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미래 실적에 대한 할인율도 커지게 된다.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의 유동성이 크게 위축돼 있는 것도 투자 수요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자금 경색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공모주 대기 자금이 많이 고갈된 상태”라며 “최근 상장한 공모주들의 주가도 많이 빠져 기관투자가들이 IPO 시장 참여에 소극적인 태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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