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역 흑자의 적자 반전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7월 이후에는 무역 규모 자체가 정체되고 있다. 수출 증가율이 7월 8.6%, 8월 6.6%, 9월 2.7%, 10월 -5.7%로 나타나는 등 둔화세가 확연하다. 수입 증가율도 8월 28.1%, 9월 18.6%, 10월 9.9%를 기록하며 둔화세가 강화되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곡물 가격 상승 속 양적완화에 기인한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세계 각국이 고금리 등 긴축정책을 펼치면서 세계 경제의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세계 무역이 올 하반기 둔화된 후 내년에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상품 교역량이 2022년에는 3.5% 증가했으나 2023년에는 1%로 증가율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세계 교역 둔화 추세를 감안하면 우리 무역을 우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까지 우리는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올 상반기 수출은 세계 순위가 지난해 7위에서 6위로 상승했다. 수입 증가율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수출 증가율보다 거의 10%포인트 높아져 무역흑자가 적자로 반전된 것 정도가 문제다. 수입 증가는 그동안 원자력 등 값싼 에너지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등 고가 원료를 사용하는 가운데 낮은 전기요금제도를 유지한 탓에 에너지 과소비 구조가 형성된 데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전기료를 현실에 맞게 인상하는 등 에너지 과소비 행태를 바꾸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무역의 진짜 문제는 수출산업 기반이 구조적으로 위축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 점유율은 2015년 3.22%에서 2020년에는 2.92%로 낮아지더니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기업 규제 강화, 노동 유연성 악화 등으로 국내 민간투자가 위축되고 해외투자가 증가하는 것에 원인이 있어 보인다.
수출산업 기반 약화는 양질의 일자리도 사라지게 한다. 우리의 경우 자동화·정보화 등으로 노동생산성이 향상됨에 따라 수출로 창출할 수 있는 고용 인원이 조금씩 줄고 있다. 100만 달러당 취업 인원은 2015년 7.78명에서 2021년에는 6.29명으로 6년간 1.49명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을 2015년 수준인 3.22%만 유지했어도 일자리는 현재보다 41만 6000명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이 0.1%포인트 증가하면 취업 인원은 13만 9000명 늘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는 일자리수석을 만들고 공공 부문의 취업 인원을 늘리는 등 고용 개선에 노력했으나 기업 규제 강화 등으로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이는 우리의 수출 점유율을 낮추고 양질의 일자리를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업규제 완화와 노동 유연성 제고 등 좋은 기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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