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태원 참사 관련 책임자 중 한 명인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행적을 쫓고 있다. 그동안 확인되지 않던 박 구청장의 행적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성립 여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는 박 구청장 자택 인근에 위치한 다수의 CCTV를 확보해 박 구청장의 행적을 확인했다.
①참사 이전 두 차례 순찰 주장은 ‘거짓’=앞서 용산구청은 박 구청장이 참사가 발생하기 전인 10월 29일 오후 8시 20분과 9시 30분에 이태원 ‘퀴논길’을 두 차례 순찰했다고 주장했다. 퀴논길은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골목에서 180m가량 떨어진 곳으로 당일 많은 인파가 밀집했다.
그러나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박 구청장이 실시했다는 ‘8시 20분 순찰’은 단순 귀갓길이었다.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오전 경남 의령군을 방문했던 박 구청장은 당일 오후 8시 20분께 이태원 ‘앤틱가구거리’에 도착했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박 구청장이 집 인근 CCTV에 모습을 드러낸 시각 역시 오후 8시 22분이다. 귀가한 박 구청장은 이후 자신의 자택 밖 어느 곳으로도 나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구청장 측은 오후 9시 30분 순찰을 했다는 초기 주장에 대해 “기억에 혼선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②“주민 문자를 받고 곧바로 현장으로 나갔다”는 ‘진실’=용산구청은 박 구청장이 오후 10시 51분께 이태원 상인연합회로부터 현장 상황을 문자메시지로 전달 받고 참사 현장으로 곧바로 나갔다고 설명했다. 박 구청장의 주장에 따르면 그가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문자메시지 수신 8분 뒤인 10시 59분이다.
본지가 확보한 CCTV에는 박 구청장이 자신의 자택 지하 1층에 있는 출입문으로 나와 현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설명에 따르면 박 구청장이 현장으로 향한 경로는 계단이 있고 경사가 가팔라 평소 구청장이 자주 이용하지 않던 길이다. 이날은 현장에 최대한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 가장 빠른 경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CCTV에서 박 구청장이 자택 인근 계단을 오른 시각은 10월 29일 10시 55분이다. 해당 지점에서 현장까지 도보로 4분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오후 10시 59분에 현장에 도착했다는 박 구청장의 설명은 사실로 확인된다.
③“용산구청장 다음 날까지 밤샘 근무했다”는 ‘거짓’=용산구청과 용산구 일부 직원들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10월 30일 오전까지 밤새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했다. 지난달 30일 새벽 3시 직원의 50%에게 동원 명령을 하달하고 오전 7시 30분까지도 다목적 체육관의 소독을 지시하는 등 사고 수습을 위해 잠도 자지 않고 근무했다는 설명이다. 용산구청의 한 직원은 “아침에는 전 직원이 출근해 사고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을 때”라며 “용산구청장이 퇴근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침까지 지휘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본지가 입수한 CCTV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10월 30일 오전 5시 38분 귀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소방 무전 기록에 따르면 박 구청장이 퇴근한 때는 소방 대응 3단계가 유지되고 있던 상황으로 현장은 구조 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소방 대응 3단계는 초대형 재난에 발령되는 최고 수위로 6개 이상 소방서의 대응이 필요할 때 발령한다. 지난달 29일 저녁부터 30일 오전 6시 35분까지 소방 주체로 열린 상황판단회의에도 박 구청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CCTV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귀가한 지 약 3시간이 지난 10월 30일 오전 8시 49분 보좌관으로 추정되는 남성과 함께 집을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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