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 기숙사들이 개인 호실을 불시에 점검하거나 기숙사에 남겨진 개인물품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불공정한 약관을 운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입소 경쟁이 치열한 만큼 학생 입장에서는 권익 침해 우려가 있어도 기숙사 측 제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세대·건국대 등 전국 26개 대학교 기숙사 사업자의 약관을 직권조사해 학생의 권익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조항을 자진 시정하도록 했다고 17일 밝혔다.
유형별로는 환불·벌칙 조항 등을 바꿀 때 게시판이나 홈페이지에 1~3일 게시하면 학생들이 인지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둔 곳이 13곳으로 가장 많았다. 보증금·관리비 등 정산금을 퇴사 후 곧바로 지급하지 않고 지연 반환하거나(11곳), 약관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사업자가 결정한다고 규정한 조항(8곳), 개인이 기숙사에 남기고 간 물품을 임의 처분할 수 있도록 한 조항(5곳) 등도 적발됐다.
점검이 필요하면 사전 안내 없이 학생이 없는 개인 호실을 불시에 출입할 수 있게 한 조항을 둔 기숙사도 5곳이나 됐다. 공정위는 사전 안내 없이 개인 호실에 출입하도록 한 조항이 사생활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학생이 있을 때 점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비어 있는 호실의 점검 사유와 절차를 약관에 기재하고 사후에 점검 사실을 통지하도록 했다.
기숙사 중도 퇴사 시 위약금을 과도하게 부과하는 조항(3곳)을 둔 곳도 있었다. 학기 절반이 지난 후 기숙사를 퇴사하면 잔여기간이 두세 달 남았는데도 기숙사비를 환불해주지 않거나 규정 위반으로 강제 퇴사 당한 학생의 기숙사비를 환불해주지 않는 경우 등이다.
대학 기숙사는 저렴한 비용, 접근 편리성, 제한적인 수용 인원 등으로 입소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4월 기준 전국 478개 대학교 중 396개교가 기숙사를 운영 중이지만 수용률(재학생 수 대비 수용인원)은 22.7%에 그친다. 입소를 원하는 학생들은 기숙사가 공동생활 규율과 행정 편의만을 강조하는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거부하기 어렵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약관 시정을 계기로 기숙사를 이용하는 대학생들의 권익을 높이고 불공정 약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불공정 약관을 지속 점검해 시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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