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존 레이 3세 FTX CEO는 이날 델라웨어주 법원에 낸 파산 보호 관련 문건에서 "규제 바깥에서 방만하게 운영된 시스템을 비롯해 경험 없고 미숙한 소수에 통제권이 집중된 것까지 전례 없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통탄에 가까운 성명을 냈다.
레이 3세가 지적한 FTX가 파산 과정에 이르게 된 총체적인 부실은 크게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재무제표의 부실과 경영 관리의 실패다. 알라메다 리서치와 FTX의 대차대조표에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구멍이 발견됐고 투자자들의 손실은 80억 달러(약 10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레이 3세는 “여전히 회계 감사 자료 및 지출에 대한 증빙에 있어 빈 곳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데도 추가적인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같이 구멍이 많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자료를 가지고 법원이 판단하기에는 위험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레이 CEO는 "블록체인 분석과 회계상 포렌식이 완료될 때까지 법원에서는 현재의 자료를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를 비롯한 직원들이 고객 돈을 마구잡이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레이 CEO는 "바하마에서 FTX그룹의 자금은 집을 구매하거나 직원들이나 기업 어드바이저를 위한 개인 용품을 구매하는 데에도 폭넓게 활용됐다"며 "심지어는 대출과 부동산 거래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 증빙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일부의 경우 개인 이름으로 자유롭게 구매가 이뤄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뱅크먼-프리드가 회사돈으로 구매한 4000만 달러(약 537억원) 규모의 펜트하우스 역시 논란이 됐다. 이 저택은 파산 이후 매물로 나왔다가 모든 자산의 동결을 요구하는 파산 보호 신청 과정에서 매물에서 제외됐다.
마지막으로 자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와의 잘못된 관계다. 레이 CEO는 "놀라운 경영 관행 중에 보안이 갖춰지지 않은 공용 메일을 통해 시스템 접속 키를 발급 받는다든가 민감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며 블록체인 기술 등은 이 과정에서 활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FTX의 자동청산 알고리즘 등에서 알라메다 리서치의 경우 일종의 면제(예외)를 받았다는 것이다. 레이 CEO는 이를 통해 수많은 부정 행위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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