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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스타트업 투자하러…'뉴욕 범'이 내려왔다

◆타이거글로벌 국내 첫 상륙

650억 달러 운용 美 헤지펀드

국내 기관 투자가에 전략 설명

유동성 위축에 시장 개척 포석

PEF·VC 등 공동 투자도 검토


페이스북과 징둥닷컴·로블록스 투자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헤지펀드 운용사인 타이거글로벌이 국내에 처음 상륙해 기관투자가들을 만나며 펀드 결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650억 달러(약 87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면서 빠른 의사 결정으로 세계 최고의 벤처캐피털(VC)로 명성을 쌓아온 타이거글로벌이 국내에서 출자자 확보에 성공하면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어 주목된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타이거글로벌 싱가포르법인의 임원인 스탠리 호가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는 물론 은행과 보험회사 관계자들을 만나 타이거글로벌의 투자 전략을 설명했다. 10년가량 세계 3대 사모펀드인 KKR에서 일했던 스탠리 호는 타이거글로벌이 아시아에서 출자 및 투자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영입했다.

2001년 체이스 콜먼이 설립한 타이거글로벌은 미국을 중심으로 투자 활동에 집중해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조차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타이거글로벌의 총운용자산(AUM)은 650억 달러로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운용사 중 최대다.

최근 타이거글로벌이 조성한 단일 펀드의 규모가 67억 달러(약 8조 980억 원)에 달하는 데다 투자 건수는 370여 건으로 와이컴비네이터나 테크스타스보다는 적지만 성장 단계에 오른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주로 투자해 글로벌 벤처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타이거글로벌은 중국 2위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닷컴에 투자해 대박을 냈을 뿐 아니라 2009년 페이스북(현 메타)과 링크드인에 투자해 글로벌 빅테크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미국의 게임 플랫폼 기업인 로블록스에 타이거글로벌이 투자한 후 지난해 뉴욕 증시 상장까지 이끈 것도 세계적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 밖에도 에어비엔비·바이트댄스·스트라이프·인스타카트 등 실리콘밸리 주요 기술 기업의 성장 뒤에는 타이거글로벌이 있었다.



특히 국내 기관투자가는 물론 사모펀드(PEF)나 VC도 타이거글로벌의 트레이드마크인 ‘초고속 투자’의 비법에 주목해왔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이 창업해 지난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스타트업)’ 반열에 오른 몰로코는 타이거글로벌의 심사역을 접촉한 지 2시간 만에 투자의향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내 VC 관계자는 “벤처 투자가 기본적으로 많은 스타트업들에 씨를 뿌리듯 투자하기 때문에 의사 결정이 빠른 편이지만 타이거글로벌은 일반 VC들보다 단연 빠른 초스피드로 투자 결정을 하면서도 큰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많아 그 비결이 어떤 것인지 궁금증을 불러왔다”고 전했다.

타이거글로벌이 국내에서 펀딩에 나서자 일부 PEF 등 운용사들은 공동 펀드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타이거글로벌과 손을 잡으면 국내 기관투자가로부터 출자를 받기 쉬운 부분이 있고 타이거글로벌 역시 처음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어서 협업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타이거글로벌이 그간 관심을 두지 않던 한국에 펀딩과 투자를 검토하는 것은 최근 글로벌 금리 상승에 유동성이 줄면서 투자자와 투자처를 다각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빠져 타이거글로벌 역시 수익률 등에 적잖은 타격을 입은 만큼 자금 조달 등에서 신규 시장을 개척하려는 포석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외신에서는 타이거글로벌의 주력 헤지펀드의 지난달 수익률이 -5%대로 떨어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벤처 투자의 경우 글로벌 금리 상승에 따른 피해가 한국보다 실리콘밸리에서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유동성 고갈 사태가 세계적인 VC에 투자하고 또 (국내 기업에) 투자를 유치할 기회로 다가온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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