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미국의 화이자·모더나·얀센·노바백스,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빅파마의 틈바구니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어렵사리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서 확보한 ‘백신 주권’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빠른 개발 속도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미국·영국 등 ‘백신 강국’의 제품에 비해 우리나라 백신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정부가 지원을 중단하고 국내 제약사가 개발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다시 ‘백신 종속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다.
22일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와 관련해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과거에는 수천억 원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2조 원까지 든다고 한다”며 “개별 회사가 감당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사실 돈을 쏟아붓는데 우리나라는 그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사업의 연속성만은 확보해줘야 한다”며 “정권이 바뀌는 5년 단위로, 회사 대표가 성과를 내야 하는 2~3년 주기로 사업이 단절되면 백신 강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팬데믹대응·대비특별법’ 제정 등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빠른 개발 속도도 중요하다. 리처드 해쳇 감염병혁신연합(CEPI) 대표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2022 세계 바이오 서밋’에서 “다음 팬데믹이 오면 100일 내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며 “100일 내 백신을 개발했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지 않아도 됐고 코로나19 확산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다음 감염병 창궐 시 100일 내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플랫폼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퍼스트 무버’가 못 되고 ‘패스트 팔로어’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등 플랫폼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위성과 탐사선 등을 얹을 수 있는 추진체 로켓에 해당하는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어야 백신을 보다 빨리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역시 올해 9월 개최된 ‘2022년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연구 협력과 인수합병을 통해 mRNA 플랫폼을 확보하겠다”며 플랫폼 확보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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