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벽돌의 획일화된 지역 우체국들이 사과·한옥·서핑보드 등 특색을 살린 지역 명소로 거듭난다.
손승현 우정사업본부(우본)장은 23일 취임 1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7년까지 전국 3400여 우체국 중 400여 곳을 지역 특색에 맞게 재건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본은 이를 위해 우선 내년에 1000억 원을 들여 50여 곳을 새단장한다. 사과 주산지 강원도 영월에는 사과 우체국, 경북 경주에는 한옥 우체국이 들어서고 서핑 성지인 양양에는 대형 서핑보드가 우체국 외벽에 세워진다. 도심 번화가에는 상업시설과 어우러진 카페형 우체국도 생긴다. 세종대왕릉이 있는 여주 우체국에는 한글 자음·모음 형태를 건물 창문, 손잡이 등에 적용한다. 재건축된 우체국에는 창업 지원 시설과 주민 복지시설 등도 갖추게 된다.
우체국 외관 디자인은 1990년대 적벽돌, 2000년대 금속 패널, 2010년대부터 최근까지 석재가 통일적으로 쓰이며 정형적인 관공서 이미지가 강했다. 손 본부장은 “지난 7월 외부 전문가가 모인 '우체국 건물 디자인 개선 자문단'을 구성해 지역 특성을 담고 이용자 만족을 높이는 디자인을 논의 중”이라며 “재건축 재원은 우체국 예금사업 운영을 통해 확보한 이익금 등이 쓰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본은 소외 계층 지원 등 공적인 역할도 강화한다. 우본은 올 7월부터 8개 지자체와 협업해 ‘복지 등기 배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해당 지자체를 늘릴 계획이다. 또 우본은 지난 1월 우정혁신 TF를 구성해 공적역할·신사업·디지털 분야 등에서 32개 혁신 과제를 발굴했다. 폐의약품 수거 배달, 지역특화 예금 수신 마케팅, 인감스캐너 등 차세대금융 구축 등에 힘쓰고 있다. 손 본부장은 “우체국을 창업 지원 시설과 주민 복지시설 등 주민들에게 필요한 곳으로 개선하고 우체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 불균형 문제 해소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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