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는 줄고 일반 요금제 가입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요금제 중심으로 5G 시장이 개편되고 있지만 통신사의 수익성은 굳건하다. 통신사들이 중간요금제 등 일반 요금제를 보수적으로 설계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통신비 인하를 내세웠던 중간요금제가 제 역할을 못하며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다양한 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5G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비율은 매해 줄어들고 있다. 2019년 72.31%에서 2020년 55.21%로 줄었고 올해는 43.39%까지 떨어졌다. 일반 요금제 가입자 비율이 56.61%까지 확대된 셈이다. 현재 8만원대 무제한 요금제가 아닌 4만~7만원대 일반 요금제 가입자를 택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일반 요금제 선택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통신사들이 다양한 일반 요금제를 내놓고 있어서다. 8월 말 통신 3사는 통신비 절감을 내세웠던 정부의 요청으로 5G 중간요금제를 내놓기도 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5G 신규 가입자의 65% 이상이 일반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으로도 보고 있다. 또 통신 3사의 고가 5G 요금제 대신 저렴한 알뜰폰 LTE 무제한 요금제로 이동하는 소비자도 많다. 통신사는 신형 단말기를 5G 전용으로만 내놓으며 5G 요금제를 강요하는데 알뜰폰 사용 시 5G 단말도 LTE 요금제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통신 3사의 LTE 가입자는 매달 감소하는 반면 알뜰폰 업계의 LTE 가입자는 증가하고 있다.
고가의 무제한이 아닌 일반 요금제를 택하는 5G 가입자 수 증가에도 통신사들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통신 3사의 합산 올 3분기 영업이익은 1조 2036억 원으로 3개 분기째 1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통신업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무선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도 안정적이다. 중간요금제 도입 후 처음 공개한 3분기 실적에서 KT(030200)의 ARPU는 도입 전인 2분기보다 오히려 1.5% 늘었고, SK텔레콤(017670)과 LG유플러스(032640)는 각각 0.1%, 1.6%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로 내세웠던 정부의 중간요금제 대책이 통신사에게만 유리하게 설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 3사의 중간요금제는 5만 9000원에서 6만 1000원으로 이뤄졌다. 무제한인 8만원대 요금제와 가격 차이는 적지만 데이터 제공량은 24~31GB에 그쳐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T는 “신규 5G 요금제 도입으로 5G 가입자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고 KT는 “요금제를 하향하는 이용자도 있겠지만 선택권 다양화에 따라 LTE 가입자가 5G로 전환하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현 추세에 비춰봤을 때 당분간 5G 상용화 5년차에 들어선 내년에도 5G 가입자 순증 폭은 감소하더라도 일반 요금제 중심의 5G 시장은 커질 전망이다. 통신업계에서는 내년에 5G 보급률이 60%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내놓은 중간요금제는 결국 5G 가입자의 요금제 하향보다는 일반 요금제나 LTE 가입자의 업셀링 효과를 냈다”며 “실제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의 일반 요금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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