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치중했던 중소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연말 인력 감축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시대에 부동산 PF 수수료로 큰 수익을 내면서 조직과 인력을 급격히 늘렸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채권시장이 마비되면서 투자은행(IB) 부문을 중심으로 인력 감축을 통해 살길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내년 1분기를 전후해 보릿고개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030210)은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2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2013년 이후 9년 만의 희망퇴직이다. 신청 직원 중 심사를 거쳐 최종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인데 규모는 두 자릿수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규직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 중 입사 1년 미만은 월 급여 6개월분, 1년~3년 미만은 9개월분, 3년~5년 이하는 12개월분, 5년 초과는 13~18개월분을 보상할 예정이다. 신입 사원은 제외된다. 임원은 영업 부문을 제외하고 경영 관련 직무에서는 상무급 이상 임원 전원이 경영상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직이 대부분인 IB본부를 대상으로는 세 자릿수 감축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전체 529명의 정규직(203명)과 계약직(326명) 가운데 100명 이상은 퇴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채권조직화팀 6명에 대해서도 계약 당시 조건으로 내세운 금액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재계약 불가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올증권은 현재 자금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PF 영업으로 실적을 쌓아왔지만 금리 급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 붙은 것이 배경이다. 특히 단기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의 PF ABCP 보증 규모는 4401억 원이다. 증권사들이 출자한 제2채안펀드 한도가 2000억 원인 만큼 단순 계산해도 2401억 원은 시장에서 조달해야 한다. 다올증권은 태국 법인 매각도 진행 중이다. 희망가는 1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기자본이 300억 원 규모인 데다 단순한 사업 모델로 인해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도 감원과 사업 축소에 나섰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기업금융(IB) 부문의 감원을 검토 중이다. 이베스트는 2689억 원의 PF ABCP 보증 규모를 가지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업황 부진 여파로 법인부(법인 상대 영업)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고 관련 사업을 중단했다. 해당 부서에 소속됐던 임직원 약 30명 가운데 일부는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됐다. BNK증권 역시 IB 3개 부문을 2개 부문으로 줄이는 한편 줄어드는 인원은 은행 쪽으로 순환 배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2채안펀드로 2000억 원을 지원한다 해도 그다음 만기가 돌아왔을 때 차환을 어떤 식으로 할지가 더 큰 문제”라며 “기준금리가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실제로 정리되는 회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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