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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삼천피' 돌파 외치던 증권사들 "내년은 올라도 2800"…이번엔 맞출까?

올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지만

505P 미끄러지며 예측 빗나가

신영證만 "인플레 압박" 적중

"내년은 올보다 지수 후퇴한다"

모든 증권사 잿빛 전망 쏟아내

반도체가 상승세 전환 변수로





올해를 단 한 달 남겨둔 30일 코스피지수가 2472.53포인트로 연초 대비 17% 하락 마감했다. 올해 초 3000선 턱밑에서 출발했던 코스피는 줄기차게 미끌어지며 한때 2100선까지 위협 받기도 했다. 올해 최저점이었던 9월 30일(2134.77)에는 연초 대비 28%나 주저앉았다. 연간 하락률이 40%에 달했던 2008년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낙폭의 크기로 보면 505.2포인트나 떨어지며 역대급 하락 폭(2000년 523.45포인트, 2018년 426.45포인트)을 기록했다.

시계를 일 년 전으로 돌리면 지난해 말 증권가는 올해 코스피가 적어도 3300선, 높게는 3600선까지 치솟으면서 직전 고점을 뚫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역대급 하락장을 겪은 이후 증권가 전망은 180도 바뀌었다. 내년 코스피가 아무리 많이 올라도 2600~2800선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심지어 현재 주가 수준보다 못한 2450선을 상단으로 제시한 증권사도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내년에는 ‘상저하고’ 흐름에 상승 추세로 전환하더라도 3000선을 다시 밟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잿빛 전망 일색이다.

“2022년 코스피 3600까지 간다”…증권가 뒤덮은 장밋빛 전망



◇일 년 전, 증권가 뒤덮었던 장밋빛 전망=주요 증권사 10곳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22년 증시 전망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올해 코스피가 2610~3600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코스피는 2977.65에 마감했는데 하락보다는 상승 잠재력이 더 크다는 예측이었다.

증권사들의 예측이 크게 빗나간 것은 인플레이션을 얕잡아 봤기 때문이다. 과잉 유동성 이슈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돌발 변수까지 더해지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이 본격화됐다. 가장 낙관적인 곳은 KB증권이다. 당시 KB증권은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봤다. 2022년 초반까지 물가 압력, 경기 우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때문에 시장이 출렁일 수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위험 요인들이 해결되기 시작하며 ‘상저하고’의 패턴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증권(003540)은 가장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놓았다. 상반기까지는 물가 상승 압력에 더해 경기에 대한 실망감이 증시에 유입될 것으로 봤다. 그래도 코스피 밴드로 2610~3330을 제시했다.

특히 반도체 업종에 대한 전망이 틀린 것도 주요 원인이었다. 전방 수요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둔화되며 D램 등 반도체 가격이 끊임없이 하락하다 보니 코스피의 기둥이 무너졌다.



신영증권(001720)만 ‘나 홀로’ 우려 적중



다만 신영증권이 올해 발생한 모든 악재를 예견했던 점이 눈길을 끈다. 신영증권은 별도의 코스피 전망 밴드와 주목할 업종을 발표하지 않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가정법에 대한 생각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이는 국제 에너지 가격을 들썩이게 할 것이며 공급 병목에 전쟁이 더해지는 물가 상승 압박은 글로벌 경제에 큰 주름을 드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올해 큰 불확실성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김 센터장은 “인플레이션 압박이 지속되면서 연준이 급하게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되면 주식시장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먹구름 전망 내놓는 여의도…‘삼천피’ 불가능한가



◇내년 비관론 가득한 여의도 =올해 예상보다 가혹했던 급락장을 겪은 후 여의도 증권가는 모두 비관론으로 돌아섰다. NH투자증권(005940)(2200포인트)과 유안타증권(003470)(2250포인트)을 제외하고는 모두 2000~2050선을 하단으로 제시했다. 현재 연저점인 2130선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지수가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밴드 상단도 대부분 2550~2650선에 머물렀다. SK증권(001510)은 현재 수준인 2450선을 상단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이들 증권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다가 하반기부터 상승 추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3년 코스피는 버블 소멸 이후 회복 과정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상반기 중 인플레이션 및 중앙은행 긴축 등으로 제약적인 주식시장 환경이 조성되겠지만 주식시장은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을 선반영해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증시의 저점 통과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대신증권은 1분기 중 연간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코스피는 1년 6개월간 지속됐던 하락 추세를 마무리하고 전환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1분기 중 저점통과가 예상된다”며 “2분기부터는 통화정책 완화로 인한 금리와 달러화 안정, 경기회복 국면 진입으로 상승 추세가 전개될 텐데 상승 폭의 결정 변수는 반도체”라고 말했다.

반면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은 조금 늦은 중순 즈음에 저점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패턴을 고려하면 상반기에도 하락세를 지속하겠으나 7~8월 중 바닥을 모색할 수 있다”며 “미국이 침체를 앞뒀다고 해도 경기 개선 국면에서 한국의 빠른 이익 개선 기대가 가능해 국내 주식시장을 미국보다 더 선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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