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한 경영자의 퇴진으로 들썩거렸다.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기업 세일즈포스를 공동 운영한 브렛 테일러가 회사를 떠나기로 하면서다. 세일즈포스가 지난해 12월 테일러를 공동 CEO로 선임한 지 1년이 채 안 돼 더욱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세일즈포스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7% 가량 떨어졌다.
30일(현지 시간) 세일즈포스는 "테일러 공동 CEO가 내년 1월 31일로 회사를 떠나게 됐다"며 “세일즈포스는 마크 베니오프 CEO 단독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테일러 CEO가 회사를 떠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테일러 CEO는 "공동 CEO인 마크 베니오프는 세일즈포스에서 함께하기 전부터 나의 멘토였고 세일즈포스에 입사한 이후 6년 간 엄청난 시간을 보냈다"며 "많은 생각과 고심 끝에 창업자의 뿌리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특히 테일러는 2016년 세일즈포스에 최고제품책임자(CPO)로 합류한 뒤 세일즈포스의 성장을 이끌었고 2020년 세일즈포스가 협업 툴 슬랙을 277억 달러(약 36조원) 규모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합병(M&A)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이후 슬랙은 세일즈포스의 중요한 수익원으로 자리매김 했다.
베니오프는 다만 지난 2018년에도 케이스 블록 전 세일즈포스 공동 CEO가 선임된지 1년 반만에 회사를 떠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베니오프 CEO가 공동 CEO체제를 운영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세일즈포스 내부 직원들도 테일러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동요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누구보다 러브콜을 많이 받는 테일러 CEO는 올 한 해 트위터 이사회 의장과 세일즈포스 공동 CEO로 활동하면서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과정에서 트위터 이사회를 대표해 중요 결정들을 도맡았다. 그가 처음 실리콘밸리에 이름을 날린 건 엔지니어 명성이 컸다. 테일러는 2000년대 초반 구글 지도 서비스 론칭을 총괄했고 지도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공유를 통해 구글 지도가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게 이끌었다. 이후 소셜미디어 앱 프렌드피드를 창업했는데 2009년 페이스북에 인수되면서 페이스북(현 메타)에 합류했다. 페이스북의 상징이 된 '좋아요' 버튼 역시 창업 당시 그가 개발했다. 이후 2012년 협업 툴 기업 큅(Quip)을 창업했고 큅이 2016년 세일즈포스에 인수되면서 세일즈포스와 인연을 이어갔다.
이날 세일즈포스는 올 3분기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한 78억4000만 달러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78억2000만 달러)를 상회했다. 하지만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6% 하락한 2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현금 흐름은 3억1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이어 세일즈포스는 4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79억 달러~80억 달러 수준을 제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89억4000만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날 이 같은 실적 가이던스 하향과 테일러의 퇴진으로 세일즈포스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7% 넘게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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