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벤처스가 그간 국내 벤처 투자시장에서는 시도된 적이 없던 경영 참여형 벤처 펀드를 내년에 조성하기로 했다. 새로운 개념의 벤처 펀드인 ‘테크그로쓰에쿼티(TGE)’ 펀드는 스타트업의 2대 혹은 3대 주주 지분을 확보해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창업자와 함께 회사의 성장을 도모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1일 내년도 사업 계획을 확정하면서 TGE 펀드 조성을 추진하기로 하고 출자자(LP)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펀드 규모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으나 건당 투자 규모가 일반 벤처 펀드에 비해 크기 때문에 10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TGE 펀드는 일종의 경영 참여형 벤처 펀드로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20~30%의 지분을 확보하고 벤처캐피털(VC) 심사역이 이사회 멤버로서 경영 전반에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기존 스타트업 서비스에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도입해 경영 효율화와 성장을 돕고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원활한 펀드 조성을 위해 국내 연기금 및 금융회사는 물론 해외투자가들의 협력을 끌어낼 방침이다. 특히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취지가 큰 만큼 성공적 펀드 조성의 관건은 해외 큰손 투자가들의 참여 여부로 모아진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미국계 모펀드 운용사인 ‘스텝스톤’, 영국의 ‘LGT캐피털’을 비롯해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의 해외 LP를 확보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그간 TGE 펀드 운용 방식과 유사한 투자 및 사후 관리를 통해 다양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을 배출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자막 및 더빙 전문 기업인 ‘아이유노’와 리셀 플랫폼 ‘크림’의 성장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아이유노는 소프트뱅크가 시리즈A 단계에서 240억 원을 베팅해 주요 주주에 오른 후 AI 기술 지원과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투자 연계 등을 통해 회사 성장을 도왔다. 네이버 자회사인 크림 역시 설립 초부터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것은 물론 해외 관련 업체 인수합병(M&A) 등을 지원하며 몸집을 키우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경영 참여형 벤처 투자로 세계적 명성을 쌓은 곳으로는 글로벌 VC인 앤드리슨 호로비츠가 있다. 페이스북과 에어비엔비·트위터의 초기 투자자로 유명한 앤드리슨호로비츠는 인사부터 법무, 기술 지원 등 투자 후 관리 인력들을 자체 확보해 스타트업 투자 이후 스케일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잭팟을 터뜨렸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TGE 펀드의 성공적 운용을 위해 스타트업 창업자 출신과 해외시장 이해도가 높은 전문 심사역들을 채용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 관계자는 “TGE 펀드는 국내 벤처 투자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전문성을 강화한 펀드 운용으로 벤처 투자의 문법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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