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가 베트남 법인을 출범 3년 만에 오피스로 전환하고 해외 사업을 사실상 중단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는 베트남 법인 ‘비바리퍼블리카 베트남’을 동남아 법인과 통합한다. 지난달 23일 이사회를 열고 베트남 법인에 1627만 달러(약 213억 원)를 출자한 후 베트남 법인이 다시 동남아 법인에 출자하도록 했다. 앞서 토스는 올해 4월 말 싱가포르에 동남아 사업 본부 격인 ‘토스 사우스이스트아시아’를 설립했다.
베트남 법인은 사무소 형태로만 유지한다. 2019년 10월 출범 후 3년 만에 사실상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상반기에 20여 명이던 직원도 현재는 한 자릿수로 줄었다. 소액대출, 가상 선불카드 발급, 신용평가모델(CSS) 구축 등 기존에 베트남에서 진행하던 사업들도 대거 축소·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 가운데 가장 앞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섰던 토스가 베트남에서 철수 결정을 내린 건 동남아 핀테크 시장에서 유의미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베트남 법인은 만보기 리워드 등 비금융 서비스로 이용자를 확보하고 이후 금융 서비스까지 이용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었지만 금융 플랫폼 전환에 실패했다.
재무구조도 점점 악화됐다. 올해 3분기 말 베트남 법인의 부채는 상반기보다 34% 늘어난 약 285억 원으로 자산(약 68억 원)의 4배를 웃돌았다. 토스 자회사 중 자본이 ‘마이너스(-)’인, 즉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곳은 아직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지 않은 토스 인슈어런스를 제외하면 베트남 법인이 유일하다.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지난 3분기 말 베트남 법인의 총포괄손실은 약 127억 원으로 상반기 대비 120% 넘게 급증했다. 토스 관계자는 “현 상태를 유지할지 이쯤에서 중단할지 등 여러 카드를 놓고 현재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해외 사업 철수가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토스의 해외 사업은 현지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 형태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베트남에 추가 자원 투입을 줄이는 대신 국내 사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다른 빅테크사들도 3년을 못 넘기고 속속 해외 사업을 접고 있다. 네이버 일본 관계사 라인은 최근 2020년 미국에 설립한 암호화폐거래소 ‘비트프론트’를 폐업한다고 밝혔다. 올해 4월 일본 암호화폐거래소 ‘사쿠라 익스체인지 비트코인(SEBC)’에 투자한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픽코마는 지난달 30일 보유 지분 전량을 바이낸스에 매각하고 해외 암호화폐 시장에서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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