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앞두고 주요 식품의 가격 인상이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대표 서민 식품인 인스턴트 커피와 탄산음료는 물론 식재료·소스 가격까지 전방위적으로 뛰어 올라 서민들의 물가 한파가 가중될 전망이다. 업계는 원자재값 및 환율 부담에 연말연초까지 이 같은 상승세가 지속되다가 국제곡물가격 하향세가 수입가에 본격 반영되는 내년 상반기나 돼야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동서식품은 1일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등 제품의 출고가를 이달 15일부터 평균 9.8% 인상한다고 밝혔다. 동서식품의 가격 인상 결정은 올 들어 두 번째다. 올초 7년 5개월 만에 출고가를 평균 7.3%올린 데 이어 11개월 만에 추가 인상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 1.2㎏ 제품의 출고가는 1만 2140원에서 1만 3330원으로, 맥심 카누 아메리카노 90g 제품은 1만 5720원에서 1만 7260원으로 오른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커피 원두를 비롯해 물엿, 설탕 등 원재료와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환율도 올라 최소한 수준에서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요 음료가격도 이날부터 일제히 올랐다. LG생활건강(051900)은 파워에이드, 미닛메이드, 토레타, 몬스터 등 4개 브랜드 제품의 공급가를 평균 6.1% 인상했다. 롯데칠성(005300)음료도 업소용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칸타타·레쓰비 등 주요 10개 브랜드 제품을 평균 4% 인상했다. 동아오츠카는 포카리스웨트, 데미소다 등 음료 가격을 평균 8.6% 올렸다. 당류 등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등 제반비용이 올라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식재료와 소스 가격도 일제히 뜀박질 했다. 풀무원(017810)은 이달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수입콩 두부인 ‘소가 두부’ 가격을 5~6%정도 올렸다. CJ제일제당(097950)의 참기름 160㎖ 제품 가격은 편의점 기준 6000원에서 7200원으로 20% 인상됐고 사과식초, 맛술의 가격표 숫자도 커졌다. 오뚜기(007310)는 편의점용 참기름·케첩·마요네즈 등의 가격을 10% 이상 인상했다. 동원F&B(049770)는 대형마트, 슈퍼마켓, 온라인몰 등에서 판매되는 동원참치 전 제품의 가격을 평균 7% 올렸다.
우유 및 주요 유제품은 지난달 중순부터 가격이 인상됐다.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우유의 원재료인 원윳값을 1ℓ당 49원 인상하기로 결정하자마자 서울우유·남양유업(003920)·매일유업(267980)·빙그레(005180) 등 유업체가 일제히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초에는 우유를 재료로 하는 빵, 커피 가격이 연달아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현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식품업계가 연말 도미노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것은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서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섰던 올 9월말 수입해온 원재료 물량이 4분기 돼서야 제품가에 반영이 되고 있다는 게 식품업계의 해명이다. 또 현재 국제 곡물가격이 올 상반기에 비해서는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입가격은 통상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게 관련 업체들의 설명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제품 가격을 두 차례나 올리는 기업도 나올 만큼 경영 환경에 변수가 많았다”며 “내년도 불확실성이 크고 연말 인상분이 내년 상반기 실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제품 가격을 올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격 줄인상 흐름은 내년 상반기나 돼 서야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올 하반기 이후 안정세를 보이면서 내년에는 이런 흐름이 수입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