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 분양 성적에 한국은행과 정부 당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둔촌주공 청약 결과를 통해 내년 주택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둔촌주공에 예상치 못한 미분양이 발생하거나 매우 낮은 경쟁률을 기록할 경우 이보다 규모가 작거나 입지가 좋지 않은 지역에서 진행되는 개발 사업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후 미분양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거나 미입주 리스크가 현실화된다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확산하면서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연일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강조하면서 통화정책 속도 조절을 시사하고 있다.
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이달 5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6일 1순위, 8일 2순위 일반분양을 접수한다. 최근 집값 내림세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둔촌주공 청약 결과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지만 반대로 침체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전망이 더 어두워진다면 PF 초기 단계에 있는 사업 리스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둔촌주공이 부동산 경기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단기자금 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데 미분양마저 나타난다면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대상만 저축은행이 아닌 증권사로 바뀌었다.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PF 대출 익스포저 비율은 2010년 말 4.7%에서 올해 6월 말 38.7%로 급등했다. 특히 증권사들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신용 위험까지 부담하는 신용 공여형 보증을 확대한 만큼 PF 대출 부실에 취약하다. 곽준희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형 증권사의 신용 위험이 상승하면 단기자금 시장 투자 심리가 나빠지면서 유동성 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와 달리 이번엔 통화·정책적 대응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은은 내년 1분기 중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하더라도 고물가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 어렵다. 정부도 재정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분양 물량 해소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빚내서 집 사라’고 했던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다시 쓸 수 없다. 집값이 너무 올라 빚을 내도 살 수 있는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지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7.4배로 2012~2021년 장기 평균인 10.7배를 크게 넘는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신용 비율은 2012년 1분기 76.1%에서 올해 2분기 104.6%로 오르는 등 가계의 대출 여력도 충분하지 않다.
미분양 재고가 많지 않지만 분양을 받고도 아직 입주하지 않은 가구 중에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주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미입주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갑작스러운 유동성 경색으로 시장 전반에서 자금 확보가 어려운 국면이었다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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