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를 9조 원 넘게 팔아치운 외국인 투자가들이 4대 금융지주는 2조 원 이상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시대를 맞아 예대마진이 늘어 자연스레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과 달리 연초 대비 주가가 8% 하락한 점이 배경이다. 주가가 약세를 보여 배당수익률도 최고 8%대로 뛰어올랐다. 다만 고금리 여파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고 대출 상환이 늘고 있는 점은 투자시 고려해야 할 위험요소 분석됐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4대금융지주(우리·KB·하나·신한)’를 총 2조 1771억 원(2일 기준)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는 우리금융지주(316140)를 1조 724억 원 순매수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어 KB금융(105560)(6259억 원), 하나금융지주(086790)(2985억 원), 신한지주(055550)(1803억 원)에도 수천억 원을 투자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총 9조 6546억 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비교된다.
외국인의 금융주 러브콜 배경에는 실적이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국 기준금리 역시 급등했고 자연스레 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다. 은행주는 예대마진 확대, 이자 이익 증가로 고금리 시대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실제로 올해 은행들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 중이다. 4대 금융지주는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 13조 854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대 지주의 연간 순익(14조 5429억 원)에 육박했다. 올해 연말까지는 역대 최대인 순익 17조 원을 기록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실적과 달리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KRX 300 금융 지수는 연초 대비 8% 급락한 바 있다.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배당수익률은 더 높아졌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연간 은행주 배당수익률은 7.5%, 기말 배당수익률은 6%로 예상된다. 코스피 예상 배당수익률(2.4%)과 비교했을 때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특히 4대 금융지주 중 예상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우리금융지주로 8.23%로 관측된다. 하나금융지주(6.94%), 신한지주(6.29%), KB금융(6.09%)은 6%로 예상됐다.
외국인의 금융주 지분율은 지난해 대비 올해 증가했다. 우리금융지주가 대표적이다. 주요 주주들이 내놓은 지분을 외국인이 사들였다. 외국인 지분율은 연초 30.03%에서 2일 기준 40.34%로 약 10%포인트 증가했다. 한화생명은 6월 17일 지급여력(RBC) 방어를 위해 약 6년 만에 우리금융 지분 3.16%(약 2298만 주)를 전량 매각했는데 이날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약 2251만 주였다. 한화생명의 물량 대부분이 외국인 투자자에 넘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예금보험공사 역시 5월 우리금융 지분 2.33%(약 1700만 주)를 매각한 바 있다.
배당 잔치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받아갈 4822억 원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의 배당수익률 자료를 역산한 결과 외국인이 4대 금융지주에서 받아갈 배당금은 2조 7198억 원으로 지난해(2조 2376억 원) 대비 21%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금융주는 대출 성장률 둔화, 이자비용 부담 증가 등의 리스크는 투자시 고려해야 할 요소로 평가됐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 대출 디레버리징이 시작되고 있다“며 “이자비용 부담 증가 등으로 은행주들의 자산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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