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새로운 해외 전진기지로 베트남을 낙점하고 공격적인 투자 확대에 나선 가운데 롯데물산이 베트남에 신규 법인을 세우고 현지 부동산 관리 사업에 나섰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운영을 맡아 지난 5년간 사업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은 데다 지난해 롯데자산개발로부터 넘겨받은 부동산 자산관리(PM)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쌓은 사업 노하우를 베트남에서도 본격적으로 펼쳐 계열사 간 시너지를 키워간다는 계획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물산은 지난 8월 베트남 법인을 신규 설립했다. 물산이 100% 출자했으며 9월 말 기준 장부가액은 11억 4000만 원이다. 법인 설립 목적은 ‘부동산관리업’으로 현재 한국의 시그니처타워·강남N타워, 센터포인트 광화문 등 주요 오피스 시설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PM 사업을 베트남 현지 시장에서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과 유학생을 중심으로 한 신규 채용으로 법인 구성을 마쳤고, 시장 조사와 신사업 검토 등 기초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물산은 그동안 국내에서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운영을 맡아 주로 유통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 왔다. 주력 파트가 안정 궤도에 오른 가운데 지난 2021년에는 롯데자산개발로부터 자산관리 용역과 공유 오피스 사업을 골자로 한 PM 사업을 넘겨받았고, 이때 2014년 문 연 베트남판 롯데월드타워인 ‘롯데센터 하노이’의 운영 주체도 물산으로 바뀌었다. 이어 롯데물산은 올 4월 롯데센터 하노이의 운영 주체인 ‘코랄리스베트남’을 자회사로 둔 코랄리스의 지분 77.5%를 호텔롯데·롯데쇼핑·롯데자산개발로부터 취득해 ‘부동산임대업’을 펼치고 있는데, 이번 현지 법인 설립은 ‘부동산관리업’ 추가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베트남의 경우 최근 빠른 경제 성장과 함께 도시 개발이 이뤄지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오피스빌딩과 복합시설 등 고층·대형 빌딩이 늘어나고 있다. 대형 쇼핑몰과 오피스 시설의 임대, 운영, 관리 등에서 쌓은 롯데물산의 업력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특히 PM업의 경우 단순히 건물 임대·관리에 그치지 않고, 중소형 부동산 발굴과 매입, 개발 사업 지분 투자, 컨설팅 등으로 세분화돼 있는 만큼 도시 개발이 한창인 베트남에서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가 ‘탈(脫) 중국’ 이후 그룹 차원의 전략 국가로 베트남을 꼽은 만큼 이곳을 중심으로 한 대형 프로젝트가 가동될 수밖에 없기에 롯데물산의 역할도 더 중요해지고 있다. 롯데는 올 9월 2일 베트남 독립기념일에 맞춰 호치민 시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을 열었다. 에코스마트시티는 베트남 호치민 시 투티엠 지구 5만㎡ 부지에 코엑스의 1.5배인 연면적 68만㎡의 지하 5층~지상 60층 규모 쇼핑몰 등 상업 시설과 오피스, 호텔, 레지던스, 시네마와 아파트로 구성한 대형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신동빈 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점검할 만큼 공을 들이는 사업으로 롯데는 사업에 9억 달러를 투자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센터 하노이 지분을 취득하면서 베트남에서의 사업을 확장을 구상하게 됐고, 좀 더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의 전개를 위해 법인을 설립하게 됐다”며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올해 한·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아 베트남 서열 2위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이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한 가운데 푹 주석은 5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300여 명의 한국·베트남 주요 기업인과 만난다. 이와 별도로 국내 주요 그룹 임원들과의 면담도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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