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포괄적전략동반자’로 격상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양국 간 디지털·친환경 분야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권봉석 LG 부회장은 전날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나 LG그룹이 베트남에 40억 달러(약 5조 3000억 원)를 추가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가전 등 다양한 제조업 투자 규모가 53억 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푹 주석은 LG그룹이 스마트폰 부품과 전장 분야의 투자를 강화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1995년 베트남에 진출한 LG그룹은 2015년 북부 항구도시 하이퐁 산업단지에 LG전자(066570) 생산 단지를 조성했다. 현지 직원 수만 약 2만 7000명에 이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까지 베트남에 182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올해 말까지 20억 달러가량을 더 투자해 누적 투자액을 200억 달러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베트남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최대 생산 기지다. 삼성전자는 하노이 떠이호 신도시 부근에 2억 2000만 달러를 투자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있다. 한종희 부회장은 이날 푹 주석과의 회동에서 R&D 센터가 곧 완공돼 운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효성(004800)그룹은 친환경 등 신사업 투자에 나선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이날 푹 주석을 만나 베트남의 미래 산업 투자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효성이 글로벌 팬데믹과 세계경제 불황의 위기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국 기업들의 투자 여건을 확보해준 덕분”이라며 “앞으로 전 사업 분야에서 친환경 스마트 전초 기지로 육성하는 등 베트남에 대한 투자 확대와 협력 강화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2016년과 2018년 푹 주석이 총리 시절 베트남에서 두 차례 만난 적이 있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푹 주석은 효성이 그동안 베트남에서 지속적인 투자와 고용 창출을 위해 노력해온 데 대한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고 “향후 친환경·바이오·소재·신기술 분야의 추가 투자를 응원하며 베트남 정부도 인프라 구축과 세제 지원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효성은 2007년 베트남에 처음 진출한 후 현재까지 총 35억 달러를 투자해 베트남 전역에 약 6곳의 생산 법인을 설립했다. 이는 베트남 외자기업 투자액 3위에 해당되는 규모다.
롯데그룹과 LS(006260)그룹 등도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는 약 1조 2000억 원을 들여 호찌민시 투티엠 지구에 ‘에코스마트시티’를 건립하고 있다. LS그룹도 전선 사업은 물론 해상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개최한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양국 간 경제협력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포럼에는 한-베트남 경제협력위원회 한국 측 위원장인 주시보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사장 등 양국 기업인 300여 명이 참석했다. 푹 주석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함께하며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주 사장은 “양국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약 800억 달러를 넘어섰고 한국은 베트남의 3대 교역국이자 최대 투자국”이라며 “제조업 위주로 성장 중인 베트남이 탄소 감축 방안 달성에 고민이 큰 만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한국과의 협력을 크게 기대할 만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포럼에서는 양국 기업과 정부 간 무역 협력 강화와 디지털·그린 비즈니스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도 열렸다. 대한항공(003490)과 베트남항공 간 항공 노선 협력 등 개별 양해각서(MOU) 14건이 맺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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