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가 네이버, 카카오에 쿠팡이 가세한 ‘3톱 체제’로 재편됐다. 인기협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등 포털 외 업계의 목소리를 기존보다 더 폭넓게 대변할 전망이다. 대외적으로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역할 강화를 통해 업계의 결집력을 키울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기협은 쿠팡의 수석부회장사 승격 안건을 이사회 심의를 거쳐 승인했다. 이로써 인기협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의장사 격인 수석부회장사는 기존 네이버, 카카오에 더해 쿠팡까지 3사가 공동으로 맡게 됐다. 박성호 인기협 회장 아래 최수연 네이버 대표, 홍은택 카카오 대표, 박대준 쿠팡 각자대표가 공동 수석부회장을 맡는다.
인기협은 200여개 사가 가입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인터넷 기업 이익단체다. 인앱결제, 망 이용료, 온플법(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 업계 규제, 갈등과 관련한 문제에 회원사들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해 3월 회장사 자리가 사라지고 수석부회장사가 협회를 이끄는 시스템이 정착된 이래, 양대 포털 외의 업체가 수석부회장사에 오른 건 쿠팡이 처음이다.
박 신임 수석부회장은 쿠팡이츠(배달), 쿠팡플레이(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회사 내 신사업을 총괄하는 만큼, 쿠팡이 주력인 이커머스는 물론 배달, OTT 등 양대 포털과 차별화된 업계 대변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IT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IT업계 이슈가 포털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이를 넘어 이커머스, 배달, OTT 등 신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현재 규제 논의의 핵심인 오픈마켓(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해 인기협이 대응력을 키울 필요가 있는데 이번에 역할이 어느 정도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기협을 중심으로 플랫폼 업계가 정부 규제에 맞서 결집력을 한층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기협은 최근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과 관련해 전문가 포럼 등을 통해 업계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플랫폼 기업 스스로 이용자 보호조치를 강화하고 정부가 이를 후방지원하는 자율규제 시스템 정착을 예고했지만, 최근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 등을 계기로 법적인 규제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일 플랫폼 독과점 문제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오는 21일에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회의 안건으로 올린다. 새로운 규제는 아니지만 공정위가 플랫폼을 겨냥해 공정거래법을 해석해 불공정 경쟁 행위와 그 판단기준을 구체화한다는 점에서 업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쿠팡은 자체브랜드(PB) 상품 우대 의혹 등에 공정위 조사를 받는 중이고 그동안 자율규제 추진에도 적극 참여해온 만큼 이번 규제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 카카오가 속한 또다른 인터넷 기업 단체 한국인터넷자율규제기구(KISO)도 이날 포럼을 열고 과도한 플랫폼 규제의 폐해를 우려했다. 발표에 나선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법적 제한은 대단히 신중해야 하며 표현의 자유가 가장 확대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자율규제가 국가의 자동적인 개입에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선경 방송통신위원회 과장은 “산업 성장을 지원하는 건 정부의 당연한 목표지만, 자율규제에 대해 외부의 공정한 감시 또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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