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대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12일 양국의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 3년간 닫혔던 양국 재계 간 대화 창구가 3년 만에 화상 회담으로 다시 열리는 것이다.
9일 관가 및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와 중국발전개혁위원회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는 12일 ‘제3회 한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 고위 인사 대화’ 행사를 화상으로 개최한다. 한중 기업인 대화는 2017년 한중정상회담을 계기로 마련된 양국 고위급 기업인 간 협의체다. 2018년 첫선을 보인 뒤 이듬해 2차 회의가 열렸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단됐다.
이번 행사에는 양국 주요 기업 총수와 전문경영인, 전직 정부 고위 관료가 대거 참석한다. 우리 측에서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여한다. 중국 측 대표 명단에는 장샤오창 CCIEE 부이사장을 비롯해 천자오슝 중국전자과기그룹 사장, 마융성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 사장, 잉웨이민 화웨이기술 부총재 등이 올랐다.
양국이 3년 만에 얼굴을 맞대기로 한 데는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쌓이는 무역적자를 해결해야 할 우리 기업과 한국을 끌어들여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망을 뚫으려는 중국의 셈법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우리 기업의 수출입 성과를 알 수 있는 대중 무역수지를 보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올해 5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이후 9월에만 반짝 흑자를 냈다. 최근 7개월 중 6개월이 적자였다는 뜻이다. 유 전 부총리는 “정치와 경제 문제가 한데 맞물리면서 한중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당장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민간이 교류를 늘리면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견제로 국제사회에서 설 자리가 좁아져가는 중국 역시 우군을 찾기 바쁘다.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과 반도체 회의체인 ‘칩4’에 한국이 발을 들이면서 조바심이 특히 크다. 이에 중국 측이 현지 투자 여건 개선을 매개로 반도체 등 공급망 협력을 우리 기업에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미국의 제재로 코너에 몰린 화웨이기술과 중국전자과기그룹 등이 참석하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우리 측 인사는 “미국의 대중 압박이 거센 시기에 열리는 행사라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면서 “한중 관계가 중요하지만 미국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상황인데 그 사이에서 민간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행사는 ‘글로벌 경제 상황과 한중 경제발전’ ‘한중 경제 무역 투자 관계 전망’를 주제로 열린다.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3분여간 발언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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