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도 유류세 인하를 연장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연말 일몰을 앞둔 승용차 개별소비세는 연장 여부를 두고 정부 내에서 막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에도 유류세를 인하하되 인하 폭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7월부터 37%의 유류세 인하율을 적용하고 있다. 휘발유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ℓ당 304원(820원→516원)의 인하 혜택을 주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월간 물가 상승 폭이 5%에 이르는 등 고물가가 부담이기는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분이 연간 5조~6조 원에 이른다는 점 △고소득자가 더 큰 세금 인하 혜택을 본다는 점 △탄소 중립 정책에 역행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점차 인하 폭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게 정부 내부의 방침이다.
이에 따라 유류세 인하 폭은 현재 37%에서 30%, 20% 식으로 점진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동절기 수급과 가격 동향을 봐가며 세 부담을 조절하는 식이다. 상대적으로 인하 폭이 작았던 경유에 조금 더 혜택을 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승용차 개소세 인하는 정부가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2018년 7월부터 개소세를 30% 내려 4년 넘게 인하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세입 예산에 개소세 인하를 반영하지 않아 일단 일몰을 전제로 예산을 짜둔 상태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인기 차종은 대기 기간이 1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아 별도의 소비 유인 대책을 둘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경기 침체가 예고된 상태에서 개소세 인하 조치를 종료할 경우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심리가 더 움츠러들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우려다. 또한 승용차를 더 이상 사치 물품으로 보기 어렵고 자동차 산업이 화석연료에서 전기·수소에너지 등으로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는 상태에서 개소세 체제를 과거로 원상 복귀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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