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지난달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25%로 인상했지만 추가 인상을 놓고는 의견이 세 갈래로 나뉜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 금통위원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물가 추가 상승을 경계할 단계가 지났다며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금통위원과 반대로 물가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금통위원으로 극명히 갈리는 모습도 함께 관찰됐다.
13일 한국은행은 11월 24일 열린 금통위 의사록을 공개했다. 당시 이창용 총재는 본인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최종금리 3.50%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다른 2명이 3.75%보다 높여야 한다고 했으나 나머지 1명은 3.25%로 제시했다. 이날 공개된 의사록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먼저 신중한 입장을 보인 한 금통위원은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다양한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그 속도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양상 등을 살펴보면서 신중히 긴축 속도를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추가 긴축을 하되 속도는 조절하자는 것이다.
비슷한 의견을 낸 금통위원은 두 명 더 등장한다. 다른 금통위원은 “물가에 대한 대응이 우선이라고 하지만 현시점에서 시장이 감내할 수준인지 확인해가면서 긴축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 역시 “여전히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한다”며 “경기 추이와 금융 안정 상황을 점검하면서 금리 인상 폭과 속도를 줄여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했다.
반면 나머지 금통위원 2명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면모를 드러냈다. 한 금통위원은 “긴축 기조 완화는 당면한 문제에 대한 바른 해법이 되기 어려우며 오히려 외환 경로를 통해 또 다른 금융 불안정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 안정에 가장 우선 목표를 두고 긴축 기조를 지속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시장 불안을 감내하고 부동산 시장과 금융 부문의 조정을 겪어나가면서 시스템 위기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는 제한적 선택만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비슷한 의견을 낸 다른 금통위원은 “기조적 물가 압력에 대응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시장 불안 상황은 미시적 안정화 조치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향후 물가 경로에 많은 불확실성이 있고 미국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외환시장 불안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금통위원도 등장했다. 해당 금통위원은 “물가 상승 압력의 확대를 경계할 단계는 지났다”며 “실질 소득과 구매력 둔화가 본격화되는 데다 금융 불안 등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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