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올 10월 1㎾h당 181원 60전을 들여 구매한 전력을 1㎾h당 119원 90전에 판매했다. 10월 한 달간 전력 구입에 7조 9860억 원을 지출한 반면 전력 판매로 5조 781억 원을 벌었다는 뜻이다. 그 결과 한 달 만에 무려 3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냈다.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가 30조 원 내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이대로는 내년 가파른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13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전력 단가를 기준으로 한전은 전력 판매가를 1㎾h당 최소 60원 이상은 높여야 원가를 회수할 수 있다. 10월 1㎾h당 전력 판매 단가가 119원 90전이라는 점에서 전력 판매가가 50% 이상 뛰어야 하는 구조다.
전기요금이 이같이 껑충 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현행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실적연료비·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전력량요금 산정을 위한 핵심 지표인 ‘기준연료비’는 1년에 한번 산정돼 매해 1월부터 적용된다. 액화천연가스(LNG)나 석탄 등이 1년 새 2배가량 껑충 뛴 만큼 내년도 기준연료비 또한 그에 비례해 높아져야 한다. 여기에 더해 준조세 성격의 전력산업기반기금(전체 요금의 3.7%)과 신재생 보급 확대로 인상 요인이 발생한 기후환경요금, 내년도 실적연료비 상승분까지 더하면 요금 상승 폭은 한층 가팔라진다.
이전 정부는 한전에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해 왔지만 한전의 천문학적인 손실로 전기요금 인상을 늦출 수도 없다.
요금 인상 시기는 아직 미정이지만 내년 1월이 유력하다. 하반기로 갈수록 전기료 인상 추진 동력이 내후년 선거와 맞물려 약해질 수 있고 한전채 발행 한도 상향을 골자로 한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막히면서 한전 파산 우려 속에 여론도 이참에 전기료를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높다. 애초 정부는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국민 부담을 고려해 이 같은 전기요금 인상분을 분기별로 나눠 반영할 방침이었다.
전문가들은 한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와 상관없이 전기요금을 한시바삐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의 적자가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을 발행하며 빚을 돌려 막는 방식은 미래 세대의 부담을 늘린다는 점에서 옳지 않다”며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서라도 전기요금의 파격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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