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은행·증권·카드의 최고경영자(CEO)로 ‘영업통’ ‘재무 전문가’를 전면 배치했다. 하나금융이 계열사의 CEO 인사를 두 달여 앞당겨 실시함으로써 내년 글로벌 경기 침체에 맞서 각 계열사의 수익성 확보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여기다 하나·외환 합병 7년 만에 처음 외환은행 출신을 행장으로 낙점하며 내부 통합에도 힘을 실었다.
하나금융은 13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하나은행·하나증권·하나카드 등 주요 관계회사의 CEO 후보 추천을 마무리지었다고 14일 밝혔다. 통상 하나금융은 경영진의 임기가 3월 종료되는 점을 고려해 2월 중하순 그룹임추위를 개최했다. 하지만 올해는 시기를 앞당겼을 뿐 아니라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증권·카드의 CEO를 모두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내년 국내외 경기 성장이 둔화되고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위험 관리 및 영업력 강화에 선제적으로 나서겠다는 함영주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 내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로 낙점된 이승열 현 하나생명보험 사장이다. 2015년 외환은행 합병 이후 하나은행 사상 최초로 ‘외환은행’ 출신이 은행장에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서울은행 출신이자 하나·외환은행 통합 이후 초대 은행장이었던 함 회장으로서는 화학적 결합을 마무리하는 의미도 있다. 이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외환은행에 입행해 하나은행 경영기획그룹장, 하나금융 그룹재무총괄 등을 거쳤다. 하나금융 내에서는 전략·경영기획 업무를 오랫동안 해온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은형 하나증권 사장의 후임으로 강성묵 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이 선정됐다. 강 사장은 하나은행에서 영업지원그룹·경영지원그룹·중앙영업그룹의 그룹장을 지냈다. 그룹임추위는 강 후보에 투자은행(IB)에 편중된 하나증권을 리테일과 자산관리(WM)로 확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나카드 사장 후보로는 이호성 현 하나은행 부행장이 추천됐다. 이 부행장은 하나은행의 영남영업그룹, 중앙영업그룹을 거치는 등 하나은행의 영업통으로 분류된다. 7개 카드사 중 시장점유율이 가장 낮은 하나카드에 영업 확대를 주문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CEO 내정자들은 회사별 임추위와 이사회·주주총회 등을 거쳐 최종 선임된다. 이번 인사로 이례적으로 단임에 그치게 된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거취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함 회장과 지성규 전 부회장 역시 은행장을 지낸 후 지주 부회장으로 이동했다. 증권가 최연소 CEO였던 이은형 하나증권 사장은 글로벌 부문 부회장직에 전념한다. 하나금융 측은 “이달 말 하나금융지주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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