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뮤지컬 극장들이 밀집해 있는 브로드웨이 45번가와 46번가 사이 수많은 광고 속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광고가 걸렸다. 미식축구 경기장의 절반 크기인 2300㎡ 규모의 거대 전광판에 인기 래퍼 ‘루다크리스’가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셀피’를 찍는 3D 애니메이션이 송출된 것.
루다크리스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생동감만큼 시선을 끈 것은 이 광고가 구글과 삼성전자를 동시에 홍보했다는 점이다. 루다크리스가 Z플립4에 설치된 구글의 인공지능(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에게 “헤이 구글, 셀피 찍어줘”라고 주문하니 이내 휴대폰 카메라가 전면모드로 전환돼 ‘찰칵’ 소리를 냈다.
1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구글과 삼성은 지난 10일(현지 시간) 하루간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3D 광고를 공동 집행했다. 광고가 송출된 전광판은 커브드 스크린 형태로,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수많은 전광판 중에서도 드물게 착시 현상을 일으켜 입체감을 느끼게 해주는 3D 애너모픽(anamorphic) 기술을 지원한다.
두 회사가 공동 광고를 집행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당장 지난 7월에도 90년대 미국 연예계 청춘스타였던 ‘로렌스 형제’가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해 갤럭시S22에서 추억의 노래를 트는 광고를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바 있다. 다만 이전 광고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TV에 집중됐다면 이번 광고는 타임스퀘어에서 집행됐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훨씬 크다는 평가다. 구글이 타임스퀘어에서 3D 옥외광고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구글이 이번 ‘데뷔작’의 파트너로 삼성전자를 택한 것은 양사가 수 년간 끈끈한 ‘동맹’을 맺어왔기 때문이다. 구글과 삼성은 각각 소프트웨어·하드웨어 분야 강자로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협업을 해왔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갤럭시워치 운영체제(OS)를 자체 OS인 ‘타이젠’에서 구글의 웨어OS로 과감히 바꾼 게 대표적인 사례다. HW와 SW 생태계를 전부 갖춘 경쟁사 애플을 상대로 강력한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올해 구글이 ‘픽셀폰’에 이어 ‘픽셀워치’까지 출시하며 하드웨어 부문을 강화함에 따라 양사간 동맹에 균열이 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삼성·애플이 주름잡고 있는 시장인 만큼 구글이 하드웨어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자사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하기 위한 취지에 더욱 가깝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양사는 이번 광고를 비롯해 꾸준한 협업을 거듭하며 끈끈한 동맹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아드리엔 로프튼 구글 부사장은 “수년에 걸친 삼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여럿 함께 진행해 왔다”며 “이번 루다크리스와 함께한 타임스퀘어 3D 광고도 이같은 파트너십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