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난에 허덕이던 한국전력(015760)의 주가가 지난달부터 30% 가까이 상승했다.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증권사 리포트도 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나왔다. 내년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재무 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한국전력은 전 거래일 대비 100원(0.46%) 하락한 2만 1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적자에 시달리며 하락하던 한전의 주가가 최근 반등에 나서고 있다. 10월 26일에는 종가 기준 1만 6650원까지 떨어지며 2020년 3월 이후 신저가를 기록했지만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29.85% 상승했다. 최근 기관투자가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기관은 10거래일 연속 한국전력을 순매수했다. 순매수액은 876억 원이다.
증권가에서도 한국전력의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보고서가 약 5개월 만에 발간됐다. 신영증권은 이날 한국전력의 목표 주가를 2만 3000원에서 2만 9000원으로 올려잡았다. 올해 들어 한국전력 목표가를 상향 조정한 두 번째 리포트다. NH투자증권(005940)은 이날 한전을 유틸리티 업종 내 최선호주로 꼽았다.
한국전력이 내년 손실 폭을 줄일 것이라는 기대감에 눈높이가 바뀌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전기료를 올려 적자 상태를 벗어날 계획이다. 한전의 분기 영업적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작해 여섯 분기째 지속되고 있다. 올해만 3분기까지 21조 8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전날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전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당장 내년 전기요금을 ㎾h당 51원 60전 인상해야 한다. 올해 인상분(㎾h당 19원 30전)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는 요금 인상의 구체적 폭과 시기는 다음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또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이달부터 석 달간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내년 발전용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정부에서 공기업 재무 상황을 고려한 지원책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어 한국전력에 우호적인 정책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에너지 가격 안정화, 전기요금 인상 등에 따라 내년 손실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나민식 SK증권(001510) 연구원은 “연말 전기요금 인상을 노리고 한전을 매수하는 아이디어는 유효하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다만 한전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더라도 적자난이 이어졌던 만큼 만큼 재무 구조 정상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이 단행되던 2021년 하반기부터 장단기 차입금을 대규모로 조달했기 때문에 이자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2022년 한 해 조달한 회사채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은 1조 1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상화는 결국 영업 활동을 통한 대규모 이익 창출 이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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