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보다 집값이 20% 떨어지면 대출 차주 100명 중 5명은 집 등 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택 가격에 이어 전세가격마저 떨어지면 금융자산을 처분하거나 대출을 받더라도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주기 어려운 집주인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시장금리 상승 과정에서 취약 부문 부실 위험 확대, 부동산 가격 조정에 따른 가계·기업 재무 건전성 저하, 비은행금융기관 복원력 저하 등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먼저 기준금리 인상으로 취약 가계나 자영업자·한계기업의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준금리가 올해 6월 말(1.75%) 대비 2.0%포인트 상승한다고 봤을 때 취약 가계의 대출 연체율은 7.3%로 1.7%포인트 상승한다.
금리 상승이 부동산 경착륙으로 이어지면 가계 부실 위험은 더욱 커진다. 한은은 가구가 보유하고 있는 집값이 6월 말 대비 20% 하락할 경우 고위험 가구 비중은 3.3%에서 4.9%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고위험 가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이 100%를 초과해 자산 매각으로 부채 상환이 어려운 가구를 말한다.
한은은 최근 전세가격도 매매가격과 함께 빠르게 하락하는 만큼 가계 건전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짚었다. 전세가격 하락은 주택시장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단기간 내 급락할 경우 일부 임대인은 반환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분석 결과 전세보증금이 10% 하락할 경우 전세임대가구(집주인) 11.2%는 금융자산을 처분하고 대출을 받아야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다. 집주인 3.7%는 자산을 모두 팔고 대출을 받아도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다. 전세가격이 40%까지 떨어지면 전체 집주인 10명 중 4명은 대출(28.3%)을 받아서 보증금을 반환하거나 아예 돌려줄 수 없는(10.9%) 위험에 놓이게 된다.
자영업자 대출은 또 다른 뇌관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올해 3분기 말 1014조 2000억 원으로 14.3% 증가해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돌파했다.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매출 회복세가 둔화되고 금융 지원 정책 효과마저 사라지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위험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은은 취약·비취약차주의 부실 위험 대출이 내년 말 최대 40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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