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리 인상의 여파로 애플·테슬라 등 대부분의 미국 빅테크 기업 주가가 급락한 와중에 세계 최대 컴퓨터 기업 IBM은 유일하게 6%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IBM의 경기방어주 성격과 더불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등 사업 모멘텀이 부각되면서다.
27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IBM은 142.42달러에 마감했다. 주가는 3개월 전 대비 20.37% 상승한 수준이다. 올해에는 총 5.67% 올랐다. 시가총액 500억 달러가 넘는 기술 기업들 가운데 클라우딩 서비스 업체인 VM웨어(VMW)(5%가량)와 함께 주가가 떨어지지 않은 두 개 기업 중 하나다.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로 빅테크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변동성 장세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IBM에 투자 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IBM은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이지만 성장주보다는 경기방어주의 성격이 강하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IBM은 적정 매출 성장률(한 자릿수)을 유지하면서 컨설팅 부문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꾸준히 배당(배당수익률 4.8~4.9%)을 진행하는 가치주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며 IBM이 상대적으로 부각된 배경을 설명했다.
선제적인 구조 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경영 전략도 실적 방어에 주효한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해 IBM이 비용 부담이 큰 IT 인프라 서비스 사업부를 분사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는 평가다. 집중 투자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경기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점도 긍정적이다.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IBM이 2019년에 인수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업 레드햇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컨설팅은 심각한 초과 수요 상태에 있고 레드햇의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IBM의 올해 3분기 매출액(141억 달러)과 순이익(16억 달러)은 모두 시장 예상치를 각각 4.3%, 0.7%씩 웃돌았다. 같은 기간 잉여현금흐름 지표는 지난해 대비 25% 개선된 7억 5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IBM의 올해 전체 매출액과 순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88%, 22.69% 늘어난 601억 달러, 88억 달러를 기록하고 내년에도 8%대의 순이익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재임 하나증권 연구원은 “구조 조정으로 전략 사업 비중 확대 효과 등을 고려하면 기술주 섹터에서 방어주로서의 역할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올해 미국 대표 빅테크주들의 주가는 대부분 두 자릿수 하락했다. 애플과 테슬라는 연초 대비 28.55%, 72.72%씩 추락했으며 엔비디아(-53.11%), 마이크로소프트(-41.26%), 넷플릭스(52.42%) 등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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