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거래소, 핀테크 업계, 정부 등이 내년 투자 및 사업 계획에 속속 암호화폐,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 등 블록체인 기반 사업을 추가하고 있다. 블록체인 시장은 올 한 해 테라·루나 사태, FTX 사태 등으로 부침을 겪었지만 신산업 잠재력은 여전히 시장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8일 핀테크 업계에 따르면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집계 결과 올해 “블록체인이 주력 사업”이라고 응답한 핀테크 회사는 총 400개 회원사 중 41개 사였다. 지난해보다 7곳 더 늘어난 수치로 5년 전인 2017년(14개 사)과 비교하면 약 3배가 늘었다. 금융위원회 산하 한국핀테크지원센터가 올해 4~6월 두 달간 핀테크 업체 총 503곳을 조사한 결과도 시장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 거래 지원 플랫폼의 36.4%는 기획 및 개발, 시장 진출 단계를 넘어 해외 진출 등 시장 확대 단계에 돌입했다.
크립토 겨울에도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는 멈추지 않는다. 암호화폐 관리 및 투자 상품 개발 사업 등을 영위하는 ‘웨이브릿지’는 이달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마쳤다. 지난해 7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약 1년 만에 추가 투자이다. 특히 이번 투자에는 KB금융그룹의 전략적 투자(SI) 펀드인 KB디지털플랫폼펀드가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암호화폐 적립식 구매 솔루션 업체 ‘업루트컴퍼니’는 최근 팁스(TIPS) 운영사 더인벤션랩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암호화폐 시장 침체로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은 거래소들도 블록체인 기반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두나무가 가장 활발하다. 블록체인 서비스 플랫폼 람다256은 현재 신한투자증권과 증권형토큰(STO) 사업을 추진하고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 하이브 합작법인 ‘레벨스’ 등도 속속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빗썸은 비수탁형 전자지갑 자회사 ‘로똔다’를 통해 다음 달 말 전자지갑 플랫폼 ‘부리또 월렛’을 출시할 계획이다. 로똔다는 현재 서비스 최종 점검 및 빗썸과의 기술 연동 등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FTX 사태를 겪으면서 중앙화된 거래소를 향한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진 만큼 탈중앙화된 지갑 서비스로도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빗썸 자회사 ‘빗썸메타’도 현재 NFT 런치패드 플랫폼 ‘네모 마켓 알파’ 지원 블록체인을 기존 이더리움에 더불어 솔라나로 확장하는 등 업그레이드를 마친 상태다.
코빗은 지난달 30일 NFT 마켓플레이스를 전면 개편했다. 이번 전면 개편은 회사가 직접 선별한 크리에이터의 이더리움 기반 NFT를 판매하고 NFT 유틸리티를 함께 제공하기 위해 진행됐다. 오세진 코빗 대표는 “단순히 NFT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NFT 소유로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게끔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 침체기 속에도 각 회사들이 기술 고도화, 사업 확대 등을 모색하고 나선 것은 글로벌 흐름에 발맞추는 동시에 여전히 블록체인을 신산업 영역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 블록체인 핀테크사 내 신사업 담당자는 “현재 국내의 경우 규제 등 이슈로 인해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고 시장도 회복되지 않았지만 신사업 축소는 검토되고 있지 않다”며 “메타버스·NFT 등 블록체인 기반 사업의 수익성이 아직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명확한 성과를 확인한 뒤에 뒤따르려고 하면 그때는 이미 늦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익 다변화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오히려 관련 투자를 적극적으로 이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기반 신산업에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도 뛰어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경우 21일 ‘2023년 지원 사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메타버스 콘텐츠 지식재산권(IP) 구축 연구개발 등을 내년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하고 33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문체부는 내년께 10만 명이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메타버스 공간 구축에도 나설 계획이다. 서울시는 내년 1월 ‘제2서울핀테크랩’을 개관하고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블록체인 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기업으로 선정된 전체 38개 사 중 블록체인 관련 기업은 28개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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