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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과 달라"…동남아 꿰찬 韓금융

[리빌딩 파이낸스 2023] 디지털 무장, 세계로 뻗는 K금융

신한·하나銀 등 현지화 전략 변화

대형 쇼핑몰·통신사·공유업체와

제휴·지분투자…'합종연횡' 확대

우량고객 확보·사업 다각화 승부





베트남 호찌민 1군의 한 거리. 은행 찾기는 슈퍼마켓을 발견하는 것보다 쉬웠다. 베트남 인구는 1억 명이 채 되지 않지만 은행은 40여 개나 되기 때문이다. 인접한 인도네시아에는 100개가 넘는 은행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높은 청년인구 비중과 스마트폰 보급률 등은 현지 은행은 물론 글로벌 은행들도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동남아 금융시장의 잠재력에 기댄 성공은 불가능하다. 황대규 신한인도네시아은행 법인장은 “경쟁사와 차별화된 디지털 경쟁력이 없다면 10년 동안의 현지화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남아 시장 진출 10년을 맞은 국내 은행들의 현지 전략이 바뀌고 있다. 현지화에서 이제는 디지털 차별화로 방향을 틀었다. 현지에 없는 상품 개발을 넘어 현지 금융·비금융 기업과 제휴하거나 지분 투자, 디지털 혁신을 하는 방식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를 앞두고 신사업 기회를 찾고 있는 우리 은행들이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을 테스트베드로도 활용하는 셈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이 지난해 6월 출범한 모바일뱅크 ‘라인뱅크 바이 하나은행’의 추가 파트너사를 찾고 있다. 이미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과 협력했지만 출범 1년 반 만에 비금융권 파트너 물색에 나선 셈이다. 박종진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장은 “디지털뱅크를 만들었다고 고객들이 바로 계좌를 열지는 않기 때문에 기존 자사 고객을 가진 기업과의 ‘캡티브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지인과의 접점이 넓은 ‘알짜 파트너’를 찾는 것은 우량한 리테일 고객 확보 및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같은 은행 영업점이라도 ‘입점한 쇼핑몰의 크기’에 따라 대출금리가 다른 경우가 있다. 날이 덥고 비가 잦아 쇼핑몰에서 일상을 모두 해결하는 ‘몰링(malling) 문화’로 명품 매장이 있는 초대형 몰 이용자와 소형 몰 이용자 간 소득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용평가가 아직 고도화되지 못한 만큼 대형 쇼핑몰과 제휴하면 우량 고객 확보 채널을 강화할 수 있다.

동남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 현지법인들은 쇼핑몰, 통신사, 차량 공유 업체 등 현지 온오프라인 플랫폼 기업과의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올해 5월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20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가진 베트남 e커머스 기업 ‘티키’ 지분을 10% 인수하며 3대 주주에 올랐다. 현지화를 위한 은행들의 이 같은 ‘합종연횡’은 실제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올해 3분기 해외법인 순이익은 총 6303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5.1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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