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판매를 위한 계약서 작성은 인연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의 시작입니다.”
1990년 3월 현대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32년 만에 차량 누적 판매 7000대를 달성한 이양균(사진 오른쪽) 평택 안중지점 이사는 30일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객 중에는 가족은 물론 주변 지인·친인척까지 저를 소개해줘 100대 넘게 연결해주신 분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상 차량 판매를 위한 계약서 작성과 차량 인도까지 마무리되면 그 고객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그의 고객관은 달랐다. 세계 최고의 세일즈맨으로 꼽히는 미국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와 흡사하다. 지라드는 1963년부터 1977년까지 14년간 총 1만 3001대의 신차를 판매했다. 12년 연속 판매왕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인물이다. 한 해에만 무려 1425대를 판 셈이다. 그는 영업 비결로 ‘한 사람은 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지라드가 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250명의 잠재 고객을 얻는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하지만 이 이사는 최소 고객 한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100명의 고객이 생긴다는 것을 한국에서 입증한 셈이다. 이 이사는 “어떤 고객은 주변에서 차를 산다는 소식만 들리면 이양균이라는 사람에게 가라고 하셨다”며 “심지어는 다른 딜러와 계약할까 봐 직접 그 고객을 모시고 영업점을 찾아주곤 했다”고 웃어 보였다.
그가 이처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차량이 고객에게 인도되는 순간부터 진정한 인연이 시작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갑자기 차가 고장을 일으키거나 사고가 날 경우 저에게 전화로 어떤 정비 공장에 가야 할지 문의하는 고객이 많다”며 “정비 공장 소개부터 빠른 정비, 심지어 고객과 동행하며 차량 정비 등을 도우면서 신뢰를 쌓은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차를 산 고객의 경조사까지 챙기는 것도 다반사다. 1주일에 네 차례 이상 고객과 관계된 빈소를 찾고 결혼식장도 찾아간다. 그렇기에 차량을 판매한 후 받는 수당의 상당 부분이 고객 경조사에 쓰인다. 그는 “경조사를 챙기면서 고객과 1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관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에 저와 인연을 맺은 어떤 고객은 할아버지가 된 뒤 손자의 차까지 소개하기도 하는 등 한 집안에서 차량 계약 건수만 4~5대가 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바로 이 같은 고객과의 밀착이 인구 4만 3000명 정도인 평택 안중에서 7000대의 차량을 판매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영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안중읍 인구가 1만 5000명도 되지 않아 차량 판매 실적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며 “지금도 20여개 모임에서 활동하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판매한 그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고민이 있다. 바로 내년이면 60세 정년을 맞아 고객과의 관계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사 소속 임원이지만 영업이사에게는 60세 정년이 적용된다. 회사 내부 규정상 직영점이 아닌 대리점으로 이동하는 것도 막혀 있고 개인 대리점 개설도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지난 32년간 쌓아온 고객과의 네트워크가 나이 60이라는 숫자에 막히는 현실에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면서 “그렇지만 고객들이 저의 정년퇴직을 걱정하시는 것을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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