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행동주의 투자 전략에 정통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둔 금융지주들을 겨냥해 대폭적인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일 우리·신한·하나·KB금융(105560) 등 4대 금융지주사는 물론 지방 은행 등을 거느린 JB·BNK·DGB금융 등 7곳에 순이익 중 50%를 배당 등으로 주주에게 환원해달라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얼라인측은 다음달 9일까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에 대한 답변을 공시해달라고 덧붙였다.
얼라인측은 JB금융의 지분 14%를 보유한 2대 주주며 나머지 금융지주는 각각 1% 미만의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얼라인측은 국내 은행들이 대출 성장을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한다면 자본비율을 현행 유지 혹은 개선하면서도 매년 순이익의 50%를 주주에 환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얼라인이 제시한 자본배치 정책과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도입하거나, 이에 준하는 내용을 각 은행 이사회가 공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상장된 금융지주 산하의 은행들은 해외 유수 은행에 비견되는 자산건전성과 자본 비율 등을 갖추고 있다"면서 "비효율적인 자본 배치와 부족한 주주환원으로 증시에서 장부상 순자산가치에도 한참 못 미치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주 활동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얼라인파트너스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배에 불과해 장부가치의 3분의 1만을 시가총액으로 인정받고 있다. 해외 주요 은행들의 PBR이 1.3배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것으로 PBR이 1배 미만이면 청산 가치보다 현재 주가가 낮다는 뜻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주가 저평가의 핵심 원인으로 은행들이 경쟁적인 자산 성장을 추구하면서 자본배치 정책을 비효율적으로 펼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2017년에서 2022년 3분기까지 KB금융, 신한지주(055550), 하나금융의 위험가중자산은 연평균 8.6%씩 성장한데 비해 해외 은행들은 평균 3.1% 증가한 것으로 집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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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인파트너스는 국내 은행이 대출 자산 확대에 자본 1조 원을 추가 투입할 때 3000억 원 가량만 주주에게 돌아오는 것으로 평가했다. 국내 은행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평균 10% 정도인 상황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3배로 저평가돼 있는 것을 고려한 계산법이다.
이에 따라 얼라인측은 대출 경쟁 대신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주주 환원책을 펼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해외 은행이 2021년 순이익의 약 64%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동안 국내 은행의 주주 환원율은 24%에 불과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금융지주들이 요구 사안들에 화답하지 않으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공식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합리적인 자본배치 정책과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이사회 결의로 도입할 때 까지 주주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주주제안 내용에 대해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언론 등을 상대로 9일 오후 4시 온라인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창환 대표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주주환원 합리화와 그간 과도했던 대출 확대 경쟁을 완화시켜 금융시스템 전반의 과도한 레버리지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초부터 얼라인이 행동주의 투자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정기 주총을 앞둔 기업들에 주주 제안이 올 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태광산업(003240)의 주요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흥국생명에 대한 태광산업의 유상증자에 제동을 건 바 있고, 플래쉬라이트캐피탈(FCP)은 KT&G(033780)에 한국인삼공사 분리 상장 등을 제안해 놓고 있다.
또 라이프자산운용은 SK(034730)㈜에 자기 주식 소각과 리스크관리위원회 신설을 요구한 상태며 안다자산운용은 SK디스커버리(006120)에 SK케미칼(285130) 공개 매수가격 상향 조정을 요구하는 등 주주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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