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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韓 세계경제·수출 둔화에 롤링리세션…中企 연쇄도산 대비해야"

[신년기획 해외 특별인터뷰]

■손성원 美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경제학 교수

美 소비·투자 부진에 7~8월 침체 빠져 연말께 끝날 듯

세계성장률 2.3%로 둔화해 한국도 타격…환율은 진정

韓경제 약한고리는 中企…인수금융·M&A 중개 등 필요





재미 경제학자인 손성원(사진)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경제학 교수는 웰스파고 수석부행장과 백악관 대통령경제자문위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금융 경제 분야 석학이다. 현재 LA시 퇴직연금관리위원회 위원으로 220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미국 11위 은행인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포레이션(WAL)의 이사로 활동하며 미국 경제의 흐름과 금융시장의 변화를 현장에서 다루고 있다.

그는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올해의 가장 정확한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해 2010년 블룸버그 선정 ‘정확한 경제 분석가’ 톱5에 선정되기도 했다. 월가와 백악관·학계를 두루 거친 경력만큼이나 경제 분석의 정확도 측면에서도 미국 내 명성이 높다. 그런 손 교수가 서울경제와의 최근 신년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올해 하반기 경기 침체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며 “한국 역시 새해에 침체를 피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7~8월께 경제 침체에 빠질 것으로 봤다. 침체의 형태는 ‘롤링리세션(Rolling Recession·순차 침체)’이라고 예측했다. 롤링리세션은 한 영역의 부실이 다른 영역의 부실로 이어져 전체 경제가 부진에 빠지는 형태의 침체를 말한다. 손 교수는 “약해진 부동산 시장에 개인 소비가 줄어들어 기업의 재고가 더 쌓이게 되고 이에 산업 생산이 내려가게 된다”며 “여기에 세계경제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까지 연결되면서 롤링리세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침체로 가는 첫 단계는 개인 소비의 둔화다. 개인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손 교수는 “이미 미국의 소비 감소는 시작됐다”고 했다. 그는 “소매 판매가 하락하고 팬데믹 보조금으로 쌓인 초과 저축이 줄어들며 신용카드의 사용액은 급증하는 추세”라며 “이는 곧 소비 지출이 둔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재 월가는 2분기 기준 1조 7000억 달러 수준이었던 초과 저축이 올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난해 3분기 신용카드 사용액이 전년 대비 15% 상승해 20년 내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손 교수는 “특히 주택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이에 따르는 부수적인 소비가 줄어드는 것도 소비 지출 감소의 큰 원인”이라며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올 3분기 침체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인 점은 롤링리세션의 특성상 침체의 깊이가 깊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손 교수는 “여러 요인들이 한 번에 뭉쳐 부진이 발생한다면 깊은 침체가 되지만 여러 분야가 시차를 두고 돌아가며 부진에 빠지기 때문에 짧고 얕은 침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7~8월에 시작한 침체는 4분기에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튼튼한 고용 시장도 경제가 파탄에 이르지 않도록 막아주는 버팀목이 될 것으로 봤다. 현재 미국 고용 시장은 인력 부족으로 실업자 한 명당 1.73개의 일자리가 열려 있다. 이에 전월 대비 지난해 11월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월가의 전망치인 0.3%의 두 배인 0.6% 올랐다. 손 교수는 “현재 미국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노동력이 굉장히 부족해 근로자들의 임금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소비자 지출이 계속 둔화는 하겠지만 파국 수준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상승을 주도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된 고용 시장이 침체 국면에서는 오히려 극단적인 침체을 막아주는 안전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연준의 금리 정책이 침체의 강도를 더욱 높이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손 교수는 “만약 연준이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보고 이를 물가 목표인 2%까지 맞추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린다면 경제의 침체는 굉장히 커진다”며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지난해 11월 CPI는 7.1%로 아직 연준의 목표(2%)와는 격차가 크다.

손 교수는 세계경제의 경우 성장률이 지난해 2.5% 수준에서 올해 2.3%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에는 적신호다. 수출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한국도 경제 침체를 피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수출을 많이 하는 한국의 경제구조상 세계경제의 둔화는 곧 수출 부진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인플레이션은 지속되고 있고 금리가 올라가면서 소비 지출도, 설비투자도 감소하ㅓ고 있다”며 “여기에 수출도 줄어들면서 결국 한국도 롤링리세션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긍정적 요인은 유가와 환율 상황이 지난해보다 나을 수 있다는 점이다. 손 교수는 특히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킹달러’는 없을 것으로 봤다. 그는 “지난해 달러 강세를 불러왔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더 높은 금리를 따라 자금이 움직이는 ‘핫머니’ 현상”이라며 “올해는 미국으로 흐르는 핫머니가 진정되는 동시에 미국 성장률이 비교적 한국 성장률보다 더 낮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올해 중소기업의 연쇄 파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손 교수는 “미국과 한국 공통적으로 금융 스트레스가 커질수록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꺼리게 되고 파산으로 이어진다”며 “2023년에는 이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손 교수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며칠 뒤 블룸버그통신은 전 세계가 기업의 채무 부실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냈다. 부실 채무가 이미 세계적으로 6300억 달러, 약 800조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금융위기 당시보다는 강도가 덜하다 해도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금융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다”며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는 바로 중소기업으로 이들의 파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손 교수가 제안하는 방안은 인수 금융 확대와 인수합병(M&A) 중개다. 그는 “정부와 은행이 부실한 기업을 다른 기업이 인수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이때 자금이 필요하다면 정부 보증으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경제학자로서 큰 정부를 좋아하지 않지만 올해 같은 시기에는 기업을 살리는 데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 시기를 기업들이 견뎌낸다면 경제가 회복이 됐을 때 고용 창출 등 성장 재개의 혜택이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2023년은 통계적으로 볼때 분명히 고통스러운 해가 될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올해는 침체 다음을 바라보는 희망이 있는 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인플레이션은 더 나아질 것이고 2024년에는 올해보다 더 완화될 수 있다”며 “침체 역시 4분기에 마무리되고 금리도 시간이 갈수록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그는 2023년의 키워드로 ‘터널 끝의 불빛(Light at the end of the tunnel)’을 꼽았다. 손 교수는 “경제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이자가 아니라 불확실성”이라며 “불확실성은 올 한 해 동안 점차 내려갈 것이고 이에 따라 희망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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