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학자와 약학자 간 공동 연구가 세계적인 성과를 냈다. 약물 처방과 신약 개발에 필요한 약효계산식을 기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것보다 2배 정확하게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수리및계산과학연구단 의생명수학그룹의 김재경 그룹장(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과 채정우·김상겸 충남대 약학대학 교수 공동 연구팀이 새로운 ‘약물 상호작용 예측 수식’을 제시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지난달 15일 임상약리학 분야 학술지 ‘임상약리학 및 약물치료학’에 게재됐다.
여러 약물을 함께 복용하면 약물들이 서로 영향을 미쳐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 약물을 분해하는 몸속 물질인 ‘효소’가 예상보다 많거나 적게 만들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약물도 예상보다 빠르거나 느리게 분해될 수 있다.
약물을 처방하거나 신약을 개발할 때는 이런 약물 상호작용을 예측해 안전성과 효과를 높이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시중에 나온 약 1만 2000종의 의약품들의 상호작용을 기업·연구기관·연구자가 일일이 실험으로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수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약물 상호작용 예측 수식이다.
FDA는 자체적인 수식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수식을 계산하는 데 필요한 값인 ‘효소의 농도’를 정확하게 알 수 없어 계산 결과도 비교적 오차가 크며, 이 때문에 별도의 보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점이다. 채 교수는 “연구자들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인위적인 수를 곱하는 식으로 FDA의 수식을 보정해서 사용해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효소의 농도’ 값을 몰라도 계산 가능한 새로운 수식을 만들었다. 실제 약물의 상호작용 정도를 수식 결과와 비교해보는 실험을 수행한 결과, 보정 전 FDA 수식의 정확도(정해진 오차범위 내에서 예측한 비율)가 38%일 때 연구팀의 수식은 80%에 달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향후 신약 개발 등 의약 연구의 발전에 기여하고 FDA의 수식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김재경 그룹장은 “수학과 약학의 협력 연구 덕분에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수식을 수정하고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한 의약 연구 발전의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며 “(기존 수식이 포함된) FDA 지침에 한국의 수식이 반영되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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