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차가운 한 해를 보냈던 반도체주가 따뜻한 연초를 맞이하고 있다. 반도체 세액공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 나오면서다. 삼성전자(005930)가 공급 조절에 돌입할 수 있다는 증권가의 관측도 꽁꽁 얼어붙었던 반도체 투자심리를 녹이고 있다. 다만 반도체주의 상승 엔진이 꺼지지 않기 위해서는 험로가 예상돼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는 직전 거래일보다 2400원(4.33%) 오른 5만 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000660) 역시 7.14% 급등에 성공하면서 코스피 시가총액 3위 자리를 탈환했다. 코스피 대장주들의 급등세에 배당락일 이후로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코스피도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7.30포인트(1.68%) 오른 2255.98에 장 마감했다.
다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주에도 온기가 번졌다. 장비 관련주인 피에스케이(11.65%)와 원익IPS(9.66%)가 급등했다. 소재 관련주인 하나머티리얼즈(9.74%), 원익머트리얼즈(4.96%)도 크게 올랐다. 한미반도체(7.66%) DB하이텍(6.13%)도 함께 오르면서 반도체 업종이 골고루 수혜를 누렸다.
반도체 관련주의 수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정부의 세액공제 지원 강화안이다. 정부는 3일 반도체를 포함한 국가전략기술에 대해 세액공제율을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늘리기로 했다. 3년 평균보다 많이 투자한 금액에 적용되는 공제(증가분 공제)가 최대 10%로 정해지면서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하지만 반도체주에 퍼진 온기가 그다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잿빛 전망이 제기된다. 문제는 정부 지원안의 실제 시행 여부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문제는 야당이다. 앞서 민주당은 대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10%로 올리자고 주장하면서 20%를 주장한 여당의 안에는 반대했다. 일부 대기업에 세제 감면 혜택이 과도하게 쏠린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서 2주가 채 지나지 않아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의 지시 하나로 입장을 180도 바꿨다는 비판을 마주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의 감산이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기대를 실망으로 바꿀 수 있는 요인이다. 외국계 증권사에서 삼성전자가 공급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뒤 세액공제 호재와 함께 주가를 상승시키는 재료가 됐다. D램 시장을 삼성전자와 함께 독과점하고 있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SK하이닉스가 감산을 밝힌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공급 조절이 업황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다시 한 번 감산은 없다고 못 박거나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공급 조절일 경우 실망감에 매도 매물이 대거 쏟아질 가능성마저 있는 상태다.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실적 역시 주가의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6일 잠정 실적을 발표할 전망이다. 증권가는 최근 영업이익 눈높이를 5조 원대로 낮추면서 눈높이를 하향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전담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낮아진 전망치보다 실제 영업이익이 더욱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시장의 전망보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한참 낮을 경우 이익 전망 추가 하향은 불가피하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3분기부터 수요와 업황이 모두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는데 하반기 수요가 좋지 않다는 징후가 2분기 중 감지된다면 추세가 꺾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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