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267250) 사장이 제조업을 넘어서 디지털·친환경 기반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미래 비전을 공개했다.
정 사장은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 개막 하루 전인 4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 프레스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류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새로운 영토를 찾을 필요가 있다”며 “우주에서 그 가능성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HD현대는)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야말로 푸른빛 개척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바다의 잠재력을 이날 행사 내내 크게 강조했다. 현대중공업(329180)그룹에서 HD현대로 최근 사명을 바꾼 것도 단순한 조선업에서 나아가 바다의 가능성을 극대화한 종합 해양 솔루션 기업이 되기 위해서다.
이날 정 사장은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개념을 꺼냈다. HD현대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해양, 에너지, 산업기계 기술력을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고 안전하게 운송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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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장은 이 같은 △오션 모빌리티(Ocean Mobility) △오션 와이즈(Ocean Wise) △오션 라이프(Ocean Life) △오션 에너지(Ocean Energy) 등 바다 대전환을 이끌 4개 핵심 비전과 목표를 차례대로 발표했다.
오션 모빌리티는 미래형 선박을 통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송할 수 있게 하는 개념이다. 또 오션 와이즈는 빅데이터와 AI를 적용해 전 세계 모든 선박과 항만·기상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아 예측 가능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운항이 가능하게끔 만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CES에서 발표한 초기 자율운항 기술도 올해에는 오션 라이프라는 개념을 통해 스마트 해양 레저 플랫폼으로 발전됐다. 자율운항 보트가 물고기가 많은 해역을 스스로 찾거나 일출·일몰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을 추천하는 식이다.
오션 에너지를 통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업에도 속도를 낼 생각이다. 정 사장은 “소형모듈원자로(SMR), 연료전지와 같은 미래 에너지 기술을 활용해 선박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앞으로 해양 에너지 클러스터를 만든다는 큰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지난해 CES에 이어 올해 취임 2년 차를 맞은 정 사장은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친환경 선박이나 조선 수주 감소 우려에 대한 질문에 막힘없이 답을 이어갔다. 정 사장은 “올해 조선 수주 목표를 낮춰 잡은 것은 몇 개 남지 않은 슬롯을 선별 수주하기 위한 것”이라며 “액화천연가스(LNG)·수소혼소 엔진 선박이나 LNG추진선 등 미래 선박도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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