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대기업 리치몬트가 올 들어 보유 브랜드 가격을 또 다시 인상했다. ‘두 얼굴을 가진 시계’로 유명한 명품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는 최대 24% 인상했고, 델보 역시 15%까지 인상하며 역대 최대 인상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2~3차례에 걸쳐 가격을 인상했던 리치몬트 계열 명품 브랜드가 연초부터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린 데다 소비 심리 위축까지 더해져 올해 명품 수요는 더욱 꺾일 전망이다.
7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예거 르쿨트르는 연초 최대 24%까지 가격을 올렸다. 엔트리급 리베르소 클래식은 760만원에서 940만원으로 가격이 인상됐다. 대표 모델인 예거 르쿨트르 마스터 울트라 씬 문은 지난해 말 2970만원에서 최근 3120만원까지 150만원이 비싸졌고, 리베르소 트리뷰트는 3680만원에서 3860만원으로 올랐다.
예거 르쿨트르는 지난해에도 1월과 6월, 9월에 세 번의 가격 인상을 진행했다. 각각 시기에 맞춰 최대 12%대씩 가격을 올렸고, 올 들어 20%가 넘는 가격 인상을 진행했다. 예거 르쿨트르는 지난 2000년 바쉐론 콘스탄틴, 랑에 운트 죄네, IWC 등 명품 시계 브랜드 등을 보유한 명품 공룡 기업 ‘리치몬트’ 그룹에 인수되며 예물 시계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예거 르쿨트르는 소장 가치가 높은 탓에 매니아층이 두터워 중고 시장이 없기로 유명하다.
벨기에 명품 핸드백 델보 역시 지난 2021년 리치몬트사로 인수된 뒤 한 해에 3번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평균 인상 폭은 리치몬트사 인수 전보다 커진 평균 10%대로 역대급이었다. 이어 지난 4일 최대 10%의 가격 인상을 진행하며 명품백 모델들 평균 가격은 지난해 대비 1.5배 가량 상승했다. 대표적 모델인 브리앙은 지난해 5월 1000만원대를 돌파했고, 올 들어 스페셜 에디션은 1130만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명품 브랜드가 가격 인상을 반복하는 것은 환율 때문이다. 지난해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맞물려 환율마저 강세를 보이자 명품 브랜드는 연이어 가격을 올렸다. 리치몬트 계열사 명품 브랜드인 IWC,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피아제 등도 연초 이후 한 차례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이 유지될 경우 국내에서 명품 구매 수요가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자원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백화점 해외유명브랜드의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은 11%로 2020년 같은달(33%)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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