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선진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반면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신흥개도국은 다른 지역보다 양호한 성장 흐름을 보이면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9일 ‘2023년 7대 글로벌 트렌드: 혼돈의 세계 경제’ 보고서에서 경제 부문 키워드로 ‘흔들리는 선진국’, ‘위기 속에 빛나는 아시아’, ‘정부 부채 과잉의 늪’ 등을 선정하고 이같이 밝혔다.
먼저 올해 선진국은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는 가운데 경기 침체마저 우려되는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선진국 경제성장률이 0.8%로 신흥국(3.7%) 대비 크게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독일과 이탈리아는 각각 -0.3%, -0.2% 등으로 역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선진국은 이번 경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더라도 향후 저성장 기조가 불가피하다. 신흥국과의 격차도 줄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선진국 위상도 점차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7개국(G7)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64.9%에서 2023년 42.6%로 줄어들 전망이다. 잠재성장률이 0%대인 이탈리아(0.6%), 일본(0.6%)은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반면 아시아 경제는 신흥개도국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보다 양호한 성장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IMF는 올해 아시아 지역의 성장률을 4.3%로 지난해(4.0%)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영향 완화에 따른 소비 회복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나 긴축 정도가 주요국 대비 양호한 수준인 만큼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5.9%), 인도네시아(4.3%) 등 아시아 국가의 잠재성장률은 선진국(1.4%)이나 브라질(1.9%) 등 남미 신흥국보다 높아 양호한 성장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 인도와 중국이 각각 세계 인구 1위, 2위 시장인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신흥국발 금융위기나 중국 경기침체 심화 등은 위험 요인이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향후 성장하는 아시아 역동성을 국내 경제의 성장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중장기 차원의 전략 추진이 필요하다”라며 “국내 기업들의 세계 시장 진출 전략도 다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세계 각국의 정부 부채 규모가 심각한 수준으로 누증된 만큼 글로벌 통화 긴축으로 국채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남유럽 국가는 2012년 재정위기 수준을 넘는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재현될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연구원은 이외에도 국가 간 상호 의존성이 감소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위기의 세계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원자력 발전 비중이 확대되는 ‘원전의 귀환’, 전쟁 여파로 식량·에너지 위기가 세계를 위협하는 ‘춥고 배고픈 세계’, 세계 인구가 80억 명 돌파로 문제가 발생하는 ‘지구의 한계를 앞당길 인구문제’ 등도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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