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만 한 크기의 부품도 콕 집어 분류하는 로봇에서부터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물이 가득 차 있는 수조 속 바닥을 청소해주는 로봇까지 우리 일상 속을 깊게 파고든 한층 진화한 로보틱스 기술들이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 대거 공개됐다. 특히 여러 나라에서 노동력 부족과 산업재해 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많은 로보틱스 회사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첨단 기술들을 쏟아내고 있는 모습이다. 완성도 측면에서도 바로 산업 현장에 투입해도 문제가 없을 만큼 고도화돼 있어 머지않아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이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현지 시간) CES 2023이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노스홀에 위치한 아이올러스로보틱스의 부스에는 로봇과 함께 셀카를 찍으려는 참관객들로 가득했다. 아이올러스로보틱스는 2016년 설립된 일본 스타트업으로 가정에서 인간과 함께 생활하며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휴머노이드(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기계)’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아이올러스는 이번 CES에 실내 곳곳을 자율주행하는 양팔을 가진 로봇인 ‘에이오(AEO)’를 들고나왔다. 에이오는 튼튼한 두 팔로 4~5㎏ 수준의 짐을 들어주는 것은 물론 손으로 문도 열어준다. 때로는 인간과 함께 스마트폰 카메라로 셀카를 찍기도 한다. 머리에는 카메라로 된 눈도 탑재돼 있어 건물 경비 업무를 보거나 사람이 집을 비웠을 때 애완동물을 살펴보는 역할도 가능하다.
단순해 보이는 기술일 수도 있지만 아이올러스는 2018년부터 지속해 해당 기술을 고도화해 이제 높은 안정성을 갖추고 있어 바로 실제 현장에 투입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특히 시니어타운에서 노인을 돌보는 역할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텔에서는 벨보이(호텔에서 방으로 짐을 옮겨주는 직원)를 대신하고 아파트나 산업 현장의 경비원으로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센트럴홀에 위치한 니콘 부스에도 연일 구름 인파가 몰려들었다. 전통적인 카메라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한 니콘이 로보틱스 기술을 들고 CES를 찾으면서 많은 참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어림잡아 200평 규모로 조성된 니콘 부스는 카메라 소개 영역이 4분의 1정도를 차지하는 데 그쳤고 나머지는 로보틱스 관련 기술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채워졌을 정도로 해당 기술 홍보에 큰 비중을 실었다.
니콘이 이번 CES에서 야심 차게 공개한 것은 ‘로봇 비전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레이저와 엑스레이, 광학 측정 기술을 결합해 인간의 눈보다 훨씬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니콘이 지난 100년 동안 개발해온 카메라 기술을 총집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니콘은 여기에 로봇 팔 기술을 더해 산업 현장에서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로봇 비전 시스템이 장착된 로봇 팔이 1㎜보다 작은 초소형 부품을 빠르게 분류하고 불량도 잡아내는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또 물이 가득 차 있는 깊은 수조 속을 청소하는 로봇청소기도 등장해 참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미국의 에이퍼라는 기업이 만든 이 청소기는 앞에 달린 모터가 물을 빨아들이고 내부 필터가 모래와 낙엽·머리카락 등 불순물을 걸러낸 뒤 물만 다시 내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에이퍼는 이번 CES에서 신제품 ‘시굴 프로(Seagull Pro)’를 선보였는데 최대 사용시간이 3시간으로 이전 제품보다 두 배나 늘었다. 배터리가 떨어지기 5분 전에는 수영장이나 수조 모서리 쪽으로 이동하도록 해 사람이 물에 들어가지 않고도 도구를 이용해 쉽게 꺼낼 수 있도록 했다.
인간의 배달 노동을 대체하는 로봇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인도인들이 중심이 돼 창업한 미국의 자율주행 로봇 개발회사인 오토노미는 완전 자율주행형 무인 배달로봇인 ‘오토봇’을 공개했다. 오토봇은 자체 개발한 이동성 내비게이션 기술을 활용해 실내뿐 아니라 실외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20~30㎏에 달하는 무거운 짐과 음식도 실어나른다.
오토노미의 창업자인 리투카르 비제이 대표는 부스에서 기자와 만나 “오토봇은 대형마트·식당·공항 등에서 물건이나 음식을 배송하는 용도로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라스베이거스 류석 정혜진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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